대부분의 주요국이 인플레이션 추이를 주시하며 기준금리 인상 혹은 동결에 머무르고 있지만 중남미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칠레에 이어 브라질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이었던 기준금리 인상이 확연한 인플레이션 둔화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다. 연말까지 중남미의 다른 국가들도 기준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섣불리 긴축의 고삐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2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3.75%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당초 시장은 브라질이 3년 만의 기준금리 인하를 25bp로 시작할 것으로 점쳤지만 관측을 뛰어넘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다음 달 회의에서도 같은 폭의 추가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칠레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1.25%에서 10.25%로 낮췄다. 14년 만의 최대 폭 인하다. 브라질과 칠레가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확연히 둔화된 인플레이션이 있다. 브라질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12.1%에 달했지만 올해 6월에는 3.2%까지 낮아졌다. 중앙은행 목표치(3.25%)를 밑도는 수치다. 칠레의 6월 물가 상승률도 7.6%로 직전 최고치인 지난해 8월(14.1%)의 반 토막 수준으로 꺾였다.
전문가들은 한 발 빨랐던 두 국가의 긴축이 효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브라질과 칠레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시기는 각각 2021년 3월과 같은 해 7월이다. 미국(지난해 3월)과 유로존(지난해 7월)보다 1년가량 앞섰다. 누적 기준금리 인상 폭도 미국과 유로존의 두 배 수준이다. 클라우디오 이리고옌 뱅크오브아메리카 세계경제책임자는 “중남미는 미국과 달리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약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물가 잡기에) 더 성공적이었다”며 “중남미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물가는 원래 등락을 거듭한다’고 설명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1980~1990년대에 겪었던 초인플레이션의 기억이 있는 만큼 중앙은행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멕시코·콜롬비아를 비롯한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성급한 결정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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