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한편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되자 글로벌펀드 자금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 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기준 외국인투자가의 일본 주식 매수 규모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주식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모건스탠리 소속 롱(매수)포지션 펀드매니저들도 중국·홍콩 주식을 매도하고 일본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제 재건 약속을 불신하는 투자가들이 대안을 찾아 나섰다”며 금융정책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일본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시아 중심 펀드인 알리안츠오리엔탈인컴은 6월 말 기준 일본 주식의 비중을 중국의 5배에 달하는 40%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중국과 일본의 비중이 각각 25%,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역전세다.
중국과 서방 간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장기적 우려도 글로벌 자금 탈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면 자산운용사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는 일본 기업들이 제조업 및 자동화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졌음을 고려해 “(일본이) 공급망 다각화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긴장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펀더멘털 역시 중국이 불리하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에도 2분기 경제성장률(6.3%)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는 등 리오프닝 효과가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 경제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 모멘텀과 워런 버핏의 일본 5대 종합상사 투자 확대 소식 역시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올해 일본 주식 관련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는 21% 급등한 반면 중국은 0.5% 상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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