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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쟁 비판 女기자 땀에서 '썩은 과일 냄새'?… 독극물 피습 의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러시아 반체제 언론인 옐레나 코스튜첸코. 사진=옐레나 코스튜첸코 인스타그램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러시아 반체제 언론인이 독일에서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독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의 기자였던 옐레나 코스튜첸코는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탈출했다.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전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인근에서 취재하던 중이었다.

이후 베를린에서 생활하던 그는 같은 해 10월 17일 비자 문제로 뮌헨을 방문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메두자'에서 전쟁 보도를 이어가려면 우크라이나 비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코스튜첸코에게 독극물 중독 증상이 나타난 건 이날부터다. 코스튜첸코가 메두자와 미국 매체 'n+1'의 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심한 두통과 호흡 곤란, 메스꺼움을 호소했다. 이어 얼굴과 손가락, 발가락이 부어오르기 시작했고 땀에서 썩은 과일같이 강하고 이상한 냄새가 났다고 설명했다.



코스튜첸코는 첫 증상이 나타난 지 열흘 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간 효소 수치가 정상치보다 5배나 높게 나왔고 소변에선 혈액이 검출됐다고 했다. 이에 그는 독극물을 이용한 암살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독일 당국은 수사에 착수했다. 코스튜첸코는 체첸 망명자 젤림한 한고시빌리 암살 사건을 수사했던 독일 수사관에게 관련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젤림한 한고시빌리는 지난 2019년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러시아인의 총에 맞아 숨진 인물이다.

독일 당국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올해 5월 수사를 종결했다가 두 달 뒤 수사를 재개했다. 베를린 검찰도 수사 재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검찰은 신원 미상의 가해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튜첸코는 체첸에서 자행된 러시아 정부군의 인권 유린 사건을 취재하다 2006년 살해당한 안나 폴리트콥스카야의 영향을 받아 언론인의 꿈을 키웠다. 이후 그는 2011년 카자흐스탄 서부 석유 생산 마을에서 최소 14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지나오진 학살' 사건을 취재해 여러 상을 받았다.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코스튜첸코가 제기한 암살 시도 의혹을 투명하게 조사할 것을 독일 당국에 요청했다. 또 조지아 당국에는 러시아 라디오 방송 기자 이리나 바블로얀에 대한 독살 시도 의혹에 대해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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