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테러 예고 장소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예고 시간은 '3시 34분'으로 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334'가 타인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일본 인터넷 은어라는 점에서, 실제 테러보다는 사회에 혼란을 주기 위한 협박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테러 예고 이후 지금까지 실제로 예고 장소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경우가 없어 이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쯤 일본 대사관과 일본인 학교, 대법원, 지하철역, 대구·인천·성남·안양·부천·안산·고양시청 등을 폭파하겠다는 메일이 서울시청 등에 발송됐다. 앞서 지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러 예고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국내로 발송된 폭파 협박 메일은 이번이 다섯번째다.
특이한 점은 테러 대상이 바뀌어도 테러 예정 시간은 항상 3시 34분으로 같다는 것이다.
3시 34분을 숫자 그대로 적은 '334'는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터넷 은어로 쓰인다. ‘334’는 2005년 일본프로야구 최종전인 일본 시리즈에서 지바롯데와 한신의 총득점 수 33-4에서 유래된 말이다. 현지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2ch'에서 주로 한신 팬을 놀릴 때 주로 쓰인다.
이에 이번 테러 메일이 실제 테러를 예고했다기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협박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일본에서도 변호사 및 법률사무소 등을 사칭한 협박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이 경우에도 테러 예고 시간을 '3시 34분'으로 특정한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반복되는 범죄 수법에 일본 다이이치 도쿄변호사회는 이 같은 방식의 사기를 주의하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테러 예고 메일에는 일본 현직 변호사 가라사와 다카히로를 사칭한 내용이 담겼다. 현재 가라사와 변호사는 2ch와 불편한 관계에 유지하고 있다. 가라사와 변호사는 2ch 사이트에서 악플과 신상 털기 등의 타깃이 된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으며, 자신도 악플 테러와 신상 위협의 대상이 되자 2ch 이용자들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바 있다.
가라사와 변호사는 지난 9일 X(구 트위터)에 이 대표 협박 메일 기사를 언급하며 "내 이름이 허락 없이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이런 종류의 범죄를 단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를 위해 법무부를 통해 형사사법공조 절차를 밟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