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이 이용자의 정보 교류를 넘어 특화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관심사나 직종이 비슷한 유저들이 쌓아온 방대하고도 깊은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컨설팅 같은 서비스부터 소프트웨어 제공 등 정보기술(IT)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계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인티그레이션’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1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실적 개선에 힙입어 올 6월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하기도 했다. 창업 4년 여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비결은 수요가 명확한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메디스트림’은 한의사, 한의대생 전용 플랫폼으로 2만 명 이상이 이용한다. ‘모어덴’은 치과의사 및 치대생 1만6000여 명이 가입했다. 인티그레이션 산하 커뮤니티는 1주일 이내 재방문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활성화돼있다.
인티그레이션은 커뮤니티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병원 운영을 지원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한다. 또 의료 지식 학습을 돕는 온·오프라인 강의나 의료기관 물품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등도 운영 중이다. 의료계 종사자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지속 학습해야 하는 만큼 임상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고 관련 지식 공유가 활발하다. 이러한 의료계 특성을 반영해 적재적소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뷰티 업종에선 커뮤니티에 쌓인 리뷰가 매출 극대화로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리는 이달 초 뷰티 카테고리 누적 리뷰 수가 25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150만 건 달성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100만 건이 추가로 축적된 셈이다. 리뷰와 구매 간 선순환 구조를 통해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에이블리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고객 중 절반이 리뷰를 작성하면서 뷰티 리뷰 작성률은 50%에 육박했다. 리뷰를 통해 구매 경험을 인증하며 트렌디함을 증명하려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 공략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블리는 이용자가 보다 쉽게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상품 품질, 디자인 등 리뷰 가이드를 제공해 후기 작성률을 높였다.
크게 증가하는 전기차 사용자를 겨냥한 커뮤니티 플랫폼도 사업 다각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기차 충전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프트베리는 방대한 전기차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전소 입지 컨설팅과 충전소 통합 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앱 ‘EV Infra’ 다운로드 수는 53만 건이며 실시간 충전소 정보 공유 등과 관련한 누적 게시글은 7만8000여 건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커뮤니티 플랫폼에선 정보 공유를 통해 서비스 개선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플랫폼이 이를 고쳐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소통을 통해 플랫폼에 대한 만족도와 소속감을 갖게 되고 스타트업은 충성 고객와 데이터를 확보해 차별화된 사업을 선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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