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약 1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지난해 920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이후 약 1년 4개월 만으로 AI 반도체 본격 양산을 앞두고 관련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이 최소 10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들을 대상으로 투자 여부를 타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자금 조달 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다.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리벨리온의 누적 투자금 규모는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국내 최대 VC인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적극적으로 리벨리온 투자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리벨리온은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를 마쳤으며 투자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 투자자인 한국산업은행과 파빌리온캐피탈, SV인베스트먼트(289080), 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도 추가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몇몇 해외 투자자도 리벨리온에 대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잠재 투자자들이 리벨리온 측에 제시한 투자 전 기업가치는 7000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해당 기업가치로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면 리벨리온은 불과 약 1년 만에 2배 이상의 기업가치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리벨리온은 지난해 투자 유치에서 약 39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다. 리벨리온의 기업가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파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팹리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사)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VC들이 앞다퉈 투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은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설계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AI 반도체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로 분류되며 특정 분야 연산에 특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리벨리온의 AI 반도체인 '아톰(ATOM)'은 지난 4월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MLPerf)’에서 미국의 엔비디아와 퀄컴에 앞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리벨리온이 곧 가파른 실적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아톰은 최근 KT클라우드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 서비스’에 정식 적용되는 등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리벨리온은 내년에는 추가 고객사를 확보해 아톰에 대한 본격적인 양산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뉴욕의 IBM데이터센터에서 품질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VC 업계의 관계자는 “내년에는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본격적인 AI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백억 원 수준의 매출도 기대된다”며 “조만간 팹리스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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