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베테랑 선수들의 ‘라스트 댄스’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거나 자신의 마지막 대회임을 선언한 각 종목 간판스타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함께 메달 획득이라는 유종의 미까지 거두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간판 최인정(33·계룡시청)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개인전 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관왕인 후배 송세라(30·부산시청)를 꺾고 생애 첫 금메달의 한을 풀었고 27일 단체전에서도 후배들과 금메달을 합작했다.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뒤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최인정은 “제가 못 이룬 올림픽 금메달을 동료들이 내년 파리에서 따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펜싱 남자 플뢰레 대표팀의 허준(35·광주시청) 역시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7일 중국과의 단체전 결승에서 다리 부상을 안고도 투혼의 금빛 찌르기를 선보인 그는 “남들은 은퇴하면 후회가 남는다는데 저는 모든 것을 이룬 선수 생활이었다”고 돌아봤다.
13년 만의 근대5종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다준 정진화(34·LH) 또한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을 떠나기로 했다.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자(2017년)이자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개인전 4위에 올랐던 그는 “이제는 후배들을 뒤에서 밀어주고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스타 구본길(34)과 함께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섰던 여자 수영의 간판 김서영(29·경북도청)에게도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동생들이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밝힌 그는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4개의 메달(은1·동3)을 추가했다.
한국 육상의 간판으로 10년 넘게 외로운 싸움을 펼쳐왔던 김국영(32·광주시청)은 네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 만에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라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는 이달 3일 육상 남자 400m 계주 결선에서 후배들과 함께 한국 타이기록인 38초74로 동메달을 따냈다.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나아름(33·삼양사)과 우즈베키스탄 전통 무술인 쿠라시에서 한국에 사상 첫 은메달을 안긴 김민규(41·대한쿠라시연맹), 복싱 남자 92㎏급에서 동메달을 딴 정재민(35·남원시청) 등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아시안게임 여정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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