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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안 밀린다" 삼성의 근거있는 자신감

■주도권 거머쥘 3가지 이유

① 턴키 기술력으로 세계 유일 2.5D 패키징·HBM 동시 생산

②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내달 입고, 차세대 공정 개발 탄력

③ 고용량 AI반도체 수요 증가로 HBM 주문 덩달아 늘어날듯





SK하이닉스(000660)와 치열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점유율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005930)가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로 HBM 시장 주도권이 넘어간 것 아니냐는 시장의 지적과 달리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라는 게 삼성전자 경영진들의 판단이다.

HBM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턴키 기술력이다. 삼성전자는 서로 다른 칩을 마치 하나의 반도체처럼 결합하는 2.5D 패키징에 이르는 턴키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 솔루션에 붙인 브랜드 이름이 ‘아이큐브’다. 아이큐브는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주변에 여러 개의 HBM을 붙이는 기술로 삼성의 라이벌인 TSMC도 ‘CoWoS’라는 브랜드로 이 패키징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급 HBM 제조 기술과 2.5D 패키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HBM 단품만 공급하는 SK하이닉스, 파운드리(칩 위탁 생산) 서비스만 영위하는 TSMC보다 생산성과 단가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판 한 개에 8개의 HBM을 올리는 아이큐브8의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12개의 HBM을 탑재하는 아이큐브12는 내년 4분기 고객 승인(퀄) 완료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이큐브8.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HBM 공정에 관한 자신감과 시장의 신뢰 역시 여전하다. 삼성전자는 D램 사이에 비전도성접착필름(NCF)을 넣어 HBM을 결합하는 열압착(TC)-NCF 방식을 쓴다. 이는 마치 한증막처럼 장비 내부를 가열해 패키징을 완성하는 SK하이닉스의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방식과는 다르다. 물론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업체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아 4세대 제품인 ‘HBM3’에서 먼저 승기를 잡은 회사는 SK하이닉스다. 최근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3’ 퀄 완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차세대 제품인 ‘HBM3E’ 공급을 위한 엔비디아와의 퀄 작업도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일본 장비사 등과의 협력으로 초고층인 12단 HBM 생산성에서 SK하이닉스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차세대 HBM 공정 개발에도 선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1월 네덜란드 장비 회사 베시의 HBM 제조용 하이브리드 본딩 데모 장비를 입고한다. 베시는 차세대 패키징 장비로 손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을 확보한 회사로 TSMC 등에 활발하게 공급하고 있는 회사다. 만약 베시의 협력으로 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개발이 경쟁사보다 먼저 진행될 경우 삼성은 차세대 HBM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할 수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HBM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챗GPT 등 생성형AI 시대의 개화로 고용량 AI 반도체 수요가 올라가면서 연산을 보조할 고급 HBM 주문도 증가 중이다. 삼성전자는 천안 패키징 사업장을 중심으로 HBM 신규 라인에 5000억~1조 원의 투자를 검토 중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전체 D램 시장에서 2~3% 이하의 비중이었던 HBM 매출이 내년 말쯤 되면 10%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말 삼성이 공정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면 HBM 판도가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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