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 반등 초입에 들어선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는 차세대 기술로 수익성 회복 발판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부터 고성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 등 비장의 무기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플래시 메모리 서밋, IEEE 등 각종 국제 반도체 학회를 비롯해 시스템LSI 테크데이, 파운드리 포럼 등 자체 행사 등을 통해 강화된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를 연달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반도체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HBM 시장에서는 6세대 제품인 HBM4를 2025년 목표로 개발할 계획이다. HBM4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고온 열특성에 최적화된 비전도성접착필름(NCF) 조립, 하이브리드 본딩 등 초격차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넥스트 HBM’ 자리를 차지할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개발도 활발하다. HBM-프로세싱인메모리(PIM)을 비롯해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프로세싱니어메모리(PNM) 등이 대표적인 예다.
HBM-PIM은 메모리 내에서 연산 작업을 처리해 기존 HBM만 탑재된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속기에 비해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PNM 역시 연산 기능을 갖춘 시스템반도체를 메모리 옆에 둬 GPU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 시 나타나는 병목현상을 줄여준다. 이러한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하나로 묶는 2.5D·3D 패키징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패키징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라는 강점을 적극 내세우기 위해서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시스템LSI 테크데이에서는 AP 신제품 ‘엑시노스 2400’을 공개하며 반도체 설계와 생산 기술력을 동시에 입증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핵심인 엑시노스는 지난해 성능 저하와 발열 논란에 휩싸이며 입지가 위축됐지만 신제품은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1.7배, AI 성능 14.7배 향상을 이뤄냈다. 수율이 75%대까지 올라선 삼성 4나노 파운드리가 생산을 맡으며 안정적인 생산도 담보됐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고부가 제품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온 만큼 업황이 호전되면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