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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둔화에 中 과잉생산·리튬값 급락 겹쳐…K배터리 '삼중고'

■2차전지 생태계 빨간불

글로벌 전기차 보급 속도조절 속

中 배터리 공급량, 수요 2배 초과

리튬 가격도 작년보다 70% 내려

'밸류체인 하단' 양극재부터 타격

광물값 하락 지속 땐 '셀'도 흔들

양극재 원료와 원통형 배터리.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리튬·니켈 등 광물 가격이 하락하면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판가에 반영된다. 왼쪽부터 ‘하얀석유’로 불리는 리튬,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사진제공=포스코퓨처엠




국내 대표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95억 원에 그쳐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국내 배터리 산업 전반에 빨간불이 커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배터리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한 이들 소재 업체의 실적이 꺾이면 대형 배터리셀 기업들은 순차적으로 실적 둔화의 공포에 휩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에코프로(086520)비엠의 실적 쇼크를 불러온 원인이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와 중국의 배터리 과잉 생산, 리튬 가격 급락 등 단기간에 풀 수 없는 외부 변수들이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다른 양극재 기업들로 실적 부진의 우려가 전염되고 있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모두 리튬을 기반으로 한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양극재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실적 흐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양극재 제조 회사인 엘앤에프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재로 고속 성장하던 포스코퓨처엠의 3분기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8% 하락한 77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가격은 리튬 등 원료 가격과 연동되는 구조”라며 “3분기에는 과거 비싼 가격에 샀던 리튬으로 생산한 양극재를 낮은 가격에 팔게 되는 시차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계는 올 3분기에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LG화학의 양극재 사업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동박을 제조하는 SKC와 솔루스첨단소재도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배터리 소재 업계의 실적 악화가 밸류체인을 타고 배터리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양극재 기업들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대형 배터리셀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양극재 공급계약은 대량으로 하지만 가격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조정한다. 리튬·니켈·코발트 등 광물 가격의 변동성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다. 원료 가격이 하락해도 단기적으로는 배터리셀사의 영업 마진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다. 하지만 원료 가격 하락세가 길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양극재 업체처럼 배터리셀사도 판가 하락이 불가피해져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리튬을 비롯한 배터리 주요 광물 가격은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탄산리튬의 1㎏당 가격은 154위안으로 지난해 말(520.64위안)보다 70.42%나 떨어졌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수산화리튬 1개월 선물 가격도 12일 기준 1톤당 2만 4159.09달러로 2달 전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NCM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니켈도 같은 기간 1톤당 2만 8853.75달러에서 1만 8396.11달러로 36.24% 하락했다.

배터리 업계가 더욱 긴장하는 것은 광물 가격의 하락 배경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광물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를 꼽는다.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434만 24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0% 증가했지만 성장 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했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도 전기차 보급 속도 조절에 나섰다.

중국의 배터리 과잉 생산도 문제다. 시장조사 업체 CRU그룹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1500Gwh로 중국산 배터리 수요(636GWh)의 2배를 넘는다. 2027년에는 배터리 생산량이 수요의 4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뜩이나 광물 가격 하락으로 판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배터리셀사 입장에서는 과잉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진 중국산 배터리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공화당이 집권하면 감속이 불가피하다”면서 “리튬과 니켈 가격의 급락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양극재 판가의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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