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자간 비교가 아니라 육아휴직자와 비육아휴직자간 비교로 승진의 적정을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여성이 육아휴직을 더 많이 쓰는 현장을 고려한 것이다. 이 판정 덕분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을 더 쉽게 쓸 수 계기를 얻었지만, 기업(사용자) 입장에서는 승진 시스템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4일 A과학기술서비스업체의 육아휴직 사건에 대해 사측의 잘못을 인정한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중노위는 준사법기관으로 판정은 법원에 준하는 효력을 지닌다.
사건을 보면, 이 회사 여성직원 B씨는 육아휴직을 다녀온 후 파트장에서 직원으로 강등되고 승진이 누락돼 노동위에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강등)을 줬다는 점은 이견이 없는 부분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은 육아휴직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B씨에 대한 성차별까지 인정할지였다.
이 사건을 처음 맡은 지방노동위원회는 성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녀의 승진 소요기간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6.3년, 6.2년으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노위는 이 판정을 뒤집었다. 지노위와 달리 육아휴직자간 비교가 아니라 비육아휴직자를 포함한 전체 직원과 비교했다. 육아휴직을 여성이 많이 쓰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A업체의 성비를 보면 남성이 71%다. 육아휴직 비율도 여성이 남성 보다 2.7배 많다.
중노위는 A기업에 B직원에 대한 승진 기회를 주고 차별적 내용의 취업규직과 승진규정을 개선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상당한 파장이 올 수 있다. 작년 남녀고용평등법 상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번째 판정이다. 불리한 처우 여부만 따지던 육아휴직 적정성에 성차별 기준도 처음 정립했다는 점도 전향적이다. 다만 사측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을 처음 맡은 지노위 판단처럼 육아휴직자간 비교로 승진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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