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일정이 변경되면서 요르단 방문이 급작스럽게 취소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중동 국가를 대상으로 확전 억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려 했지만 이 같은 계획이 무색하게 됐다는 평가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이날 요르단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 이집트, 팔레스타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사파디 장관은 알자지라 방송에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소용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을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뒤 암만으로 이동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비롯해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남을 앞두고 있었다.
백악관 측도 “요르단 왕실과 협의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요르단 방문을 취소했다”고 방문 일정 취소를 공식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10시께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중동 순방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방문 기간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란이나 레바논 헤즈볼라 등을 겨냥해 확전 억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요르단행이 취소되면서 순방 효과가 떨어지게 됐다.
정상회담이 취소된 배경에는 이날 가자지구 병원이 공습이 일어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이 전날 오후 가자지구의 한 병원을 공습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온 뒤 중동 국가들이 분노를 표명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아닌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의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