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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재혼 전 증여한 재산, 계모가 달라고 하네요"…법원 판단은?

연합뉴스




#아버지가 재혼을 하기 전 훗날의 상속 분쟁을 우려해 미리 일부 재산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그러나 계모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아버지가 계모보다 먼저 돌아가시게 된다면 계모는 재혼 전 증여된 재산에 대해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처럼 재혼 가정에서 상속 분쟁을 예방하고자 재혼 전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이런 방식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재혼이라도 혼인 신고가 이뤄지는 순간부터 배우자에게 상속에 관한 모든 권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 ‘법도TV’를 통해 “재혼은 초혼과 마찬가지로 혼인신고를 마치면 배우자 간 상속권을 주장할 권리가 생긴다”며 “재혼 전 자녀들에게 미리 재산을 증여한 경우 재혼한 상대 배우자가 증여 재산에 대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한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재혼 전 이뤄진 재산 증여라도 법률상 재혼한 배우자가 유류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류분 청구 소송은 고인의 유언에 따라 모든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를 상대로 나머지 상속자들이 유류분 권리를 주장하는 소송이다.

배우자는 법률상 선순위 상속권자에 속한다. 이는 재혼한 가정에서도 똑같이 적용돼 한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사망한 배우자의 자녀와 함께 공동 상속권자가 된다. 법률에서 말하는 상속권자는 상속을 주장할 권리가 있는 사람으로 만약 상속권에 침해가 생긴다면 유류분을 주장할 권리 역시 주어진다.



엄 변호사는 “재혼 가정의 배우자 간에는 상속권과 유류분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정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다만 차이점은 자신이 낳지 않는 상대방 배우자의 자녀와는 상속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녀 입장에서는 자신의 재산이 계모 또는 계부에게 넘어갈 일이 없지만 일반 가정과 동일한 배우자 간 상속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속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아버지의 재산을 자신뿐 아니라 계모와 나눠 가져야 한다는 상황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혼 가정에서는 서로 간의 분쟁을 피하고자 재혼 전 자기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재혼 전 자신의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는데 계모가 이에 대해 유류분을 요구한 사건이 있다. 계모 측에서는 재혼 전 상대방 배우자와 그의 자녀 간 이뤄진 재산 증여에 대해 유류분을 주장했고 상대방 자녀들은 재혼 전 이뤄진 증여를 유류분 기초 재산에 포함시키는 건 헌법에 위배 된다고 맞섰다.

해당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민법에 따라 적법한 혼인신고가 됐다면 법률상 배우자의 지위가 되고 혼인 시기 및 횟수 여부 따위로 배우자의 지위와 권리 등이 달리 취급되지 않는다”며 계모의 손을 들어줬다.

재혼 전 이뤄진 재산 증여라도 재혼을 통해 혼인신고를 한 순간부터 상대방 배우자는 배우자가 주장할 수 있는 상속에 관한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재혼과 증여의 시기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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