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일본 무역업체에서 희귀금속을 담당해온 중국인 직원을 체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업체의 중국 현지 법인 소속 중국인 직원 한 명과 이 업체와 거래 관계가 있던 것으로 보이는 중국 국유기업의 중국인 직원 한 명이 각각 올 3월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23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희토류 관련 정보가 체포의 주된 이유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두 사람 모두 희귀금속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직원이 체포된 일본 무역업체는 비철금속을 다루는 전문 상사로 일본 전자부품 메이커에 이를 공급해왔으며 중국 기업은 자원 개발과 가공, 판매 등을 다루는 곳이다. 닛케이는 이들이 거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포함한 희귀금속을 전략 자원을 넘어 무기화하며 외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전기차(EV)는 물론, 무기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자원이라는 점에서 채굴부터 수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중국은 지난 7월 반간첩법을 강화해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 속에 경제 안보를 내걸고 정보 유출이나 간첩 활동 등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올 3월에는 일본 제약사 현지 법인의 일본인 간부가 반 간첩 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뒤 최근 정식 구속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중국에서 반 간첩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은 16명이다. 5명은 구속 전 풀려났고, 나머지는 구속·기소돼 9명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일본 뿐만이 아니다. 중국 공안은 지난 21일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영국계 글로벌 광고회사 WPP그룹 계열사의 상하이사무소를 급습해 전현직 임직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안은 이들이 2019년부터 올해 2월까지 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올 3월에는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 사무소를 기습 단속해 직원 5명을 체포했고, 민츠그룹은 사무실을 폐쇄했다. 민츠그룹은 강제노동 문제로 미국 등 각국의 제재 대상이 된 신장위구르산 제품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미국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역시 상하이 사무소 직원이 올 4월 조사를 받았다.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이에 글로벌 대형 로펌 덴튼스가 중국 본토사업을 분리하기로 하는 등 중국 사업 재검토 및 축소·이탈 등의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중국 진출 일본 기업들이 진행한 ‘회원 기업 대상 사업환경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투자를 하지 않는다’와 ‘작년보다 투자를 줄인다’고 응답한 기업이 50%에 육박했다. 경기 회복 지연 등이 주된 원인이지만, ‘현지에서의 안전 확보가 사업 전개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업체들이 강조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상하이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40%도 올 9월 진행된 조사에서 “대(對)중국 투자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중국의 자체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두드러진다. 중국 국가 외환 관리국이 집계한 통계에서 외국 기업이 올 4~6월 중국에서 공장 건설 등에 투자한 직접 투자 금액은 6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줄었다. 2000년 1~3월(약 66억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작은 규모다. 제로 코로나 정책 해제 이후 확산한 중국 경기 불확실성과 맞물려 사업의 축소와 철수도 눈에 띈다. 제조업 등 공업 분야의 7월 말 기준 외국 기업 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줄어 2004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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