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에게 골프클럽과 골프백은 경기를 위한 장비인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으로 백을 장식하거나 웨지 스탬프, 헤드 커버 등을 통해 개성을 표출한다. MZ 세대는 더 적극적이다. 29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현장에서 선수들의 톡톡 튀는 매력을 만날 수 있었다.
올해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로 단숨에 팬과 언론의 관심을 휘어잡은 방신실의 가방에는 귀여운 ‘레인보우 토끼’ 인형이 달려 있다. 웨지에는 영문 이름에 들어가는 ‘에스(S)’를 무지개 색으로 여러 개 새겨 멋을 냈다. ‘공주 꺼, 건들지 마’라고 적힌 키링도 달고 다닌다.
‘큐티풀’ 박현경의 백에서는 돼지 인형이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에 등장하는 슈퍼히어로 돼지 ‘부리부리몬’이다. ‘가을 여왕’ 김수지는 오리 캐릭터로 빵빵한 핑크색 볼이 특징인 ‘빵빵덕’ 인형, 아직 우승이 없지만 아이언 샷이 장기인 정지민은 길거리 출신 성별 미상 고양이로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틱터인 ‘춘식이’를 백에 걸고 다닌다.
웨지 스탬프로는 보통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 또는 반려동물 등의 이름을 새긴다. 신인상 레이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김민별은 별을, 임희정은 별명인 사막여우 얼굴을 새겨 넣었다.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의 열렬한 팬인 김지수는 ‘LA’와 클레이턴 커쇼의 이름을 각인했다.
‘엄마 골퍼’ 박주영은 지난해 태어난 아들(김하율)의 영문 이니셜(HY)과 생일(9월 8일)을 새겼다. 함께 각인돼 있는 쿠키(COOKIE)와 머핀(MUFFIN)은 박주영이 기르는 반려견의 이름이다. 마다솜도 반려견 라온(RAON)의 이름을 넣었다. 그밖에 시드 유지가 위태로운 배수연과 조은혜는 각각 ‘리브 인 마이 타임(LIVE IN MY TIME)’과 ‘해피 라이프(HAPPY LIFE)’라고 새겼다.
헤드 커버도 톡톡 튄다.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상금과 대상 포인트(MVP)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의 백에서는 후원사인 KB금융그룹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키키’로 만든 커다란 드라이버 헤드 커버가 단연 돋보인다. 키키는 달의 뒤편 루나별에서 온 토끼로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자유분방해 귀여운 외모의 이예원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통산 5승의 이소미는 올해 7월부터 우드 커버 3개를 바꿨다. 미국 페블비치에서 처음으로 열린 US 여자오픈에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사온 것이라고 한다. 한진선은 후원사인 카카오프렌즈의 ‘춘식이’ 커버를 사용하는데 ‘고 그린, 겟 버디(go green, get birdie)’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하나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 클로버와 알파벳 ‘제이(J)’로 디자인한 헤드 커버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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