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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폭탄·덩어리 규제에…韓 사립대, 25조 쥐고도 부동산 투자만

■ 대체투자 대학 재정자립 이끈다

<5회·끝> 손발 묶인 채 美·日과 경쟁

美선 기금투자 비과세·재투자

韓선 투자수익의 25% 법인세

현금화땐 차익 바로 학교 귀속

운신폭 좁아 보수적 운용 그쳐

"과세이연·학교채 등 허용해야"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있는 포스텍 본관 전경. 포스텍






국내 대학들이 학령 인구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 위기를 맞고 있지만 사립대에만 25조 원가량의 자금이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각종 규제와 세금 부담에 자산을 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기금을 투자해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이익에 비과세하는 정책을 도입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립대 재산은 크게 기본과 보통재산으로 나뉜다. 기본재산은 교육용과 수익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수익용에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이 포함된다. 적립금은 보통재산 아래 학교용 재산에 들어있다. 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사립대의 수익용 기본재산이 12조 5000억 원, 적립금은 11조 6000억 원이다. 약 25조 원의 돈은 교육활동과 관련이 없어 자산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 자금 가운데 7조 9000억 원을 토지 매입에 썼다. 2조 원은 건물에 투자했다. 상장 주식과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탈 등 유가증권에는 단 1조 원만 투자했다. 12조 원에 가까운 적립금 역시 현행법상 절반은 유가증권 등에 투자할 수 있지만 실제 투자하거나 수익을 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학들이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다 보니 수익률도 낮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사립대의 부문별 운용 수익률은 △토지 1.2% △건물 9.2% △유가증권 3.3% 등이다. 전체 평균이 3.2%에 그쳤다. 반면 국내 사립학교 교직원들의 노후를 위해 국내외 주식과 PEF, 벤처캐피탈에 적극 투자하는 사학연금은 운용규모가 21조 5000억 원으로 사립대 수익 자산보다 적지만 같은 기간 11%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학들도 불만은 많다. 포스텍을 비롯한 주요 사립대학들은 정부에 대학의 전체 수익용 자산에 과세이연 제도를 도입해야 대학이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요청해왔다. 정부는 올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수익용기본재산에 한해 과세이연 제도를 통해 사실상 세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익용 기본재산은 대학이 투자할 수 있는 자산 25조 원 중 12조 5000억 원에 그치는 데다 주로 부동산과 토지에 쏠려 있다. 특히 수익용 기본재산은 대학이 처분할 때마다 당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고 수익이 낮은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도록 돼 있다. 대학들은 적립금에도 세제혜택을 줘야 제대로 된 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은 정부가 대학의 기금투자를 비영리활동으로 보고 수익에 과세하지 않는다. 주요 대학들도 매년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기금의 평균 5%를 대학 재정에 지원하고 나머지는 재투자한다.

한국은 반대다. 국내 대학이 투자수익을 내면 80%를 대학 측에 바로 돌려줘야 해 장기투자가 불가능하다. 포스텍만 해도 포스코그룹 상장사 4곳에 투자해 1조 원 가까운 평가차익을 냈지만 ‘그림의 떡’이다. 포스텍의 한 관계자는 “투자 수익에 최대 25%의 법인세가 부과되는 데다 주식을 팔면 그 수익을 한꺼번에 학교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자산규모를 키워) 더 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고대채’나 ‘연대채’처럼 대학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학교채 발행 길도 막혀 있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이 지난해 국내 기관투자자와 채권발행을 논의했지만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교육부는 사립대가 부채가 있으면 안 된다며 반대했고 금융감독원은 학교가 사채발행 기관이 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기획재정부는 대학에 일종의 혜택을 주면 의료와 보건 등 다른 비영리 재단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밀려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의 대학기금이 수익을 내는 가장 큰 이유는 만기 없는 초장기투자인만큼 국내 대학도 그런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인식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들 스스로 투자활동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교 내 투자전담 기구가 없고 주로 경영대 교수가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투자를 총괄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교수들은) 투자경험이 적고 수익을 낸다고 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에 기금운용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기금운용 경험을 갖췄지만 민간 이직이 제한된 연기금과 공제회의 전직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대학에 기용하자는 제안을 내놓는다. 싱가포르국립대는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해외주식 투자를 담당한 김준성 전 부문 대표에게 CIO를 맡겼다. 포스텍의 한 관계자는 “하버드와 예일, 스탠포드대는 상위 1%에 속하는 전문가를 엄선해 기금운용을 맡긴다”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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