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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151엔 돌파…금융완화 수정 실망감 반영

긴축 수준 예상보다 약하다 평가

엔·유로 환율도 15년 만에 최저

엔저 고조 10월 당국 개입 전무

시장 경계감 희석에 엔매도 가속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 정책 수정 이후 예상보다 약한 긴축 수준에 시장이 반응하며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엔저가 심화했던 지난달 당국의 환율 개입이 전무했다는 발표도 투기 세력의 경계감을 희석시켜 엔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과도한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행동하겠다”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 정책을 결정지을 각종 경제 이벤트가 엔화 가치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1.74엔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0월 21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엔·유로 환율도 유로당 160엔을 넘어서며 15년 만에 고점을 찍었다. 엔·달러, 엔·유로 환율의 상승, 즉 엔화 가치의 하락은 전날 BOJ가 발표한 금융 완화정책 수정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BOJ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기금리가 1%를 일정 부분 초과해도 이를 용인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1%를 초과하기 전에 BOJ가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 상한선을 넘지 않도록 금리를 억제해 왔다. 일본이 양적 완화의 출구 전략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시장은 단기금리 마이너스(- 0.1%)가 그대로 유지되는 등 수정 정책의 긴축 정도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점에 더 반응했다. 실제로 BOJ 정책 발표 전 ‘엔고’ 흐름을 보이던 환율은 발표 직후 ‘엔저’로 전환했다. 교도통신은 “시장이 BOJ의 금융정책 수정이 미세한 수준이 머물렀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미국과 일본 금리차 확대를 의식해 달러를 매입하고 엔화를 파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31일 공표된 재무성의 ‘10월 외환 개입 실적’ 내역은 엔화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재무성은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27일까지 일본 정부와 BOJ에 의한 외환 개입 실적이 0엔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외환 시장 환율 개입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10월의 경우 엔·달러 환율이 잇따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며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여 당국의 개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특히 10월 3일과 26일에는 장중 환율이 달러당 150엔대를 돌파한 뒤 급속히 엔 매수세가 유입돼 각각 147엔대, 149엔대로 ‘엔고(환율 하락)’ 장면을 연출해 금융 당국 개입설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무성은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개입 가능성’은 그 자체만으로 일정 부분 엔 매도를 주저하게 하는 역할을 했지만, 150엔대에서도 금융당국의 개입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경계감이 희석됐다는 분석이다. 당국의 개입 선을 150엔 위로 잡고 그 아래에서 엔을 파는 투기 움직임이 더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엔저에 일본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전 시장 개입을 포함한 대응 상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스탠바이다. 시장 상황을 긴장감 있게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변동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온갖 수단’이 환율 개입을 말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모든 수단을 포함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재무성은 환율의 수준보다는 과도한 변동인지, 변동의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간다 재무관은 최근 심화하는 엔저와 관련해 “짧은 시간 수(數) 엔이 일방적이고 급격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이 같은 변동 원인으로 “투기”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종합적으로 볼 때 일본 경제의 펀더멘탈과 맞지 않은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엔저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적절한 대응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엔화의 변동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엔·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미국의 경제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 시간으로 2일 새벽 미국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결정된다.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는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경우 미일 금리 격차 확대로 이어져 엔저가 심화할 수 있다. 연준의 핵심 판단 기준인 고용지표도 11월 3일 발표된다. 연준은 노동시장의 과열이 완화하지 않으면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라 3일 나올 노동부의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및 실업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로는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크게 둔화하고 실업률은 9월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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