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의 자동차 할부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채 금리 상승 등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서 차 할부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자동차 신차 할부 금리(신형 그랜저 구매 시, 30% 선수금, 36개월 할부 기준)는 5.4~8.7%였다. 두 달 전에 비해 금리 상단은 변동이 없지만 하단은 소폭(0.3%포인트) 상승했다.
전체적으로는 할부 금리가 안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개별 카드사로 나눠보면 금리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삼성카드는 하단이 6.3%에서 6.9%로 0.6%포인트 올랐으며 우리카드는 5.1%에서 5.4%, 하나카드는 5.3%에서 5.4%로 상승했다. 신한카드는 상단은 6.3%에서 6.5%로, 하단은 5.9%에서 6.1%로 뛰었다. KB국민카드 역시 금리 상·하단 모두 0.03%포인트 올랐다.
자동차 할부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상단은 10%대, 하단은 7%대를 넘볼 정도로 치솟았다.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9월에는 하단이 5% 초반대까지 내려갔다가 10월 이후 다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카드사의 조달 금리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은행의 예·적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사업 비용의 대부분을 채권이나 기업어음(CP), 신용 판매 채권을 유동화해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잔존 만기 6개월~1년 미만) 금리는 이달 1일 기준 4.62%다. 9월 여전채 금리가 4.17%였음을 고려하면 0.4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때 5%를 넘기도 했다.
신용카드 할부 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국내 자동차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할부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계약 취소가 많았고 일반적으로 카드 할부 금리 상승이 자동차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 금융의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데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여전채 등 채권 금리 상승분을 그대로 전가하지 않아 할부 금리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