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올 들어 3분기까지 이자로만 44조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순이자마진이 축소돼 이자이익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일 ‘2023년 3분기 국내 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올해 3분기까지 4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대치이며 지난해 같은 때와 비교하면 8.9% 늘었다. 3분기만 떼어보면 14조 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은행의 이자이익이 불어난 것은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출을 포함한 이자 수익 자산은 올 3분기 3157조 원으로 전년보다 1.6% 증가했다. 3분기 순이자마진(NIM·자산 대비 이자이익 비율)이 1.63%로 전분기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지만 대출 총량이 늘어나 전체 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3분기 연속 NIM이 하락하고 있으나 대출 등 이자 수익 자산 증가로 이자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은 3분기까지 4조 6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77.7% 늘어난 규모다.
이에 은행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종합한 당기순이익은 3분기 누계 기준 19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 해 전체 벌어들인 순익(18조 5000억 원)을 3분기 만에 뛰어넘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순이익은 5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28.6% 늘었다.
하지만 은행의 역대급 순익 행진이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은행의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3분기 0.58%로 전 분기 대비 0.20%포인트 하락했다. 자본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7.87%로 같은 기간 2.78% 포인트 내렸다. 같은 돈을 써서 벌어들이는 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이 악화한 수익성을 만회하려면 지금보다 대출을 더 늘려야 하지만 당국이 대출 문턱을 차츰 높이고 있어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 지연에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을 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돈으로 충당금이 늘수록 이익은 감소한다. 금감원은 “고금리 상황 장기화 등에 따라 향후 은행의 대손비용 부담도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을 통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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