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보름 동안 실시한 조사 결과로 당장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5년부터 5년 뒤인 2030년까지의 수요 조사 결과를 담았다. 의대들의 수요를 취합한 결과라지만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처음 발표한 수치다.
정부는 현장 실사 등을 거쳐 향후 최종 인원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입장이지만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이번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토대로 의대 정원 확대에 속도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이날 정부 발표 직후 대한의사협회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의대에서 제시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 인프라 등 현재 보유 중인 역량만으로 의학 교육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숫자다. 최대 수요는 대학이 투자를 통한 교원 증원과 인프라 확충 등 추가 교육 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를 의미한다. 전국 의대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2151명을 교육할 수 있다”고 밝힌 셈이다. 각 대학은 정원을 지속 확대해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로 증원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방 국립대와 입학 정원 50명 이하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측됐던 것과는 달리 의대들은 경쟁적으로 증원 희망 규모를 늘렸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전국 의대의 증원 희망 규모는 1000명대로 점쳐졌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립대와 사립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 의대 정원 확대전에 뛰어들면서 최대 증원 희망 규모는 현 의대 정원(3058명)의 2배가 넘는 3953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 마감 이후에도 신청하는 대학들이 있어 수요 조사 발표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일부 대학에서 증원 규모를 공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대 정원 확대 수요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는 현재 의대의 수요를 조사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의대 증설 요구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와 정치권의 의대 설립과 정원 확대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전남을 비롯해 창원·안성 등의 지자체에서는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복지부는 전문가들을 포함한 ‘의료교육점검반’을 통해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모든 대학에 대한 실사를 마친다는 구상이지만 정치권에서 권역별 숫자 할당량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잇따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번 의대 정원 수요 조사 발표를 기초로 향후 최종 실사 등을 통해 최종 정원 확대 규모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라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의사 인력 확충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 82.7%는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77.0%는 “국립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83.3%가 ‘10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지역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고 답해 지역의사제에 찬성했다.
전병왕 의학교육점검반장은 “의사 숫자만 늘려서 지역 필수의료 문제가 다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긍심이 있게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이 갈 수 있도록 지역·필수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도 같이 구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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