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형 부동산 기업인 시그나그룹이 파산을 신청했다. 유럽 곳곳에서 부동산 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시그나그룹의 파산 충격이 유럽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계까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지주사 시그나홀딩의 명의로 오스트리아 빈 법원에 파산 신청을 접수했다. 시그나그룹은 성명을 통해 “최근 몇 주 동안 상당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법정 밖 구조조정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없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시그나그룹은 자산가치가 270억 유로(약 38조 2400억 원)에 이르는 거대 부동산 개발 및 판매 업체다. 미국 뉴욕의 크라이슬러 빌딩, 독일 베를린의 유명 백화점 카데베, 갤러리아 등 초호화 건물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 곳곳에서 부동산 투자 사업을 벌여왔다. 시그나그룹이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진행 중이던 개발 사업들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에 하락 압력을 더할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시그나그룹이 최대 자회사인 부동산 부문의 시그나프라임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투자자 협상을 아직 진행하고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시그나그룹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FT에 따르면 스위스 줄리어스베어와 크레디트스위스(CS),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프랑스 나틱시스,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등 총 120개의 은행이 시그나그룹과 대출로 엮여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시그나그룹의 부채가 자산가치의 절반가량인 13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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