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자신이 이끄는 기시다파 회장직에서 물러날 결심을 굳혔다고 일본 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아사히신문이 7일 전했다. 내각 지지율이 20% 대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가운데 내각 인사들의 잇따른 물의와 사퇴에 이어 이번엔 집권 여당이 리스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FNN 등이 복수의 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총리 취임 후에도 계속 직을 유지해 온 기시다파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생각을 정리하고 이날 저녁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자민당에서 벌어진 주요 파벌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당에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 자제 요청’ 같은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번 의혹은 자민당 내 주요 계파의 파티 모금액 보고서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다는 고발에서 시작됐다. 파벌 내 의원들은 당선 횟수, 직책 등에 따라 모금액 목표를 할당받고 1장에 2만 엔짜리 ‘파티권’을 판매하는데, 일부 파벌에서 이 파티권 판매 할당 초과분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가 2018∼2022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을 돌려주면서 이를 회계 처리에 반영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활용했다는 혐의가 포착돼 논란이 확산했고, 관련 직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에서 총리는 재임 중 사익 추구 등을 방지하기 위해 파벌의 회장을 맡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에도 기시다파의 회장직을 유지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신뢰 회복 차원에서 파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는 정권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당 총재로서 파티 문제에 자세한 설명 없이 그저 파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시다파 후임 회장은 따로 정하지 않고, 공석으로 둘 것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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