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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美 물가 초비상…룰라는 "美와 무역 안 해도 산다”

■ '브라질 50% 관세' 후폭풍

美 소비 커피 3분의 1 브라질산

오렌지주스 절반 이상도 브라질

햄버거패티에 브라질 소고기 써

8월 1일 발효전 협상가능성 남아

美와 무역 단절 가능성까지 시사

브릭스 '단일 통화' 트럼프 '자극'

내년 대선 앞둔 룰라에 호재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내 커피와 오렌지 주스, 햄버거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을 겨냥한 ‘관세 폭탄’이 외려 미국 국민들의 식탁물가를 끌어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루이스 이나시아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역 단절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으로 미국에서 소비하는 커피의 3분의 1이 브라질산이다. 미국은 지난해 브라질로부터 60㎏ 기준 원두 814만 포의 커피를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소비량의 33%에 해당한다. 커피 업계는 50% 관세가 실제 적용되면 미국 내 브라질산 커피 수입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은 관세 발표 소식이 나온 9일 1.3%나 치솟았다. 미국 소비자브랜드협회의 톰 마드레키 부사장은 “여러 국가에 동시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 비용만 오르는 게 아니라 가격 하한선도 올라간다”며 “브라질보다 저렴한 커피가 있는 다른 나라도 할인된 가격으로 팔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고기 수급도 불안해지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장기 가뭄에 따른 사료 가격 폭등으로 축산 농가의 사육 두수가 7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소고기 수입 의존이 크게 늘었고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 역시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업계에서는 50% 관세가 부과되면 기존 관세와 합쳐져 총수입세율이 76.4%까지 치솟아 브라질산 소고기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식품 업체들이 브라질산 저지방 소고기를 들여와 햄버거용 다진 고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번 인상은 미국민들의 대표적인 외식 품목인 햄버거 가격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오렌지 주스 공급 부족도 확실시되고 있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오렌지 주스 생산국으로 미국에서 소비되는 오렌지 주스의 절반 이상이 브라질산이다. 브라질 감귤 업계 단체 시트러스BR에 따르면 2024~2025년 수확 시즌 브라질의 오렌지 주스 수출 물량의 41.7%가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은 최근 병충해와 허리케인·한파 등으로 오렌지 생산량이 8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발표 소식에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은 전날 6% 급등했다.

반면 브라질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0%, 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관세 50%’가 브라질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의식하듯 룰라 대통령은 이날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 제품을 사줄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브라질의 대미 무역은 GDP의 1.7%에 불과하다. 미국 없이 생존할 수 없는 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관세 분쟁이 끝이 없을 수도 있다”며 미국의 관세 압박에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이 지난 1월 중순부터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구매 예약을 중지하고 대신 브라질로 수입선을 돌린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미국을 브라질에서 4월 초 최소 240만톤의 콩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NYT)는 미국은 중국에 콩을 어떤 품목보다도 많이 수출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만 중국에 수출한 콩이 2700만톤에 달했다. 총 128억 달러(약 18조2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데, 미국의 전체 중국 수출액 중 9%가 콩값에 해당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룰라 대통령은 또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을 위한 통화 창설에 관심이 있다”며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칠레, 스웨덴, 유럽연합(EU), 중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 굳이 달러를 살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 고유의 통화로 무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이 이 같이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으로는 내년으로 다가온 브라질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폭탄 관세’를 부과하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걸고 넘어졌다. 하지만 이는 외려 룰라 대통령의 지지세를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현지 전문가는 분석했다. 브라질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학원의 올리버 스투엔켈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의 브라질에 대한 관세는 보우소나루에겐 역풍으로 작용하면 그의 보수 동맹이 가진 정치적 전망에 해로울 수 있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룰라 대통령이 잘 대응할 경우, 그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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