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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입원 치료…잘 기르는 법 전달이 목표죠"

주재천 서울반려식물병원 원장

8개월간 진료 화분 1700여건

과습 인한 생리장애 가장 많아

겨울엔 온도관리 더 신경써야

식물병원 곳곳에 많이 생기길

주재천 서울반려식물병원장이 기자가 가져간 바짝 마른 선인장 화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식물병원을 개관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진짜 병원처럼 해보자 싶었습니다. 진단실과 입원실, 정밀 의료장비 등을 갖추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의 아픈 식물만을 바라보며 치료에만 집중하도록 하고 싶었죠. 다행히 다들 좋아해주셔서 앞으로도 계속 시민들의 식물을 치료하고 돌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 4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서울시농업기술센터 내에 문을 연 서울반려식물병원의 주재천 원장은 식물병원을 진짜 병원처럼 꾸민 이유에 대해 “‘식집사’들이 식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식물병원을 연 게 서울이 처음은 아니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일반 화원과 협업해 식물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서울시도 20년 전인 2003년과 2013년에 아파트 단지 등으로 저희가 직접 방문해 식물을 돌봐주는 ‘찾아가는 식물병원’을 운영했었죠. 그런데 화원·온실과 협업하거나 저희가 찾아가는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아픈 식물 치료에 집중하지 않고 예쁘고 희귀한 다른 식물에 더 관심을 갖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저는 식물 잘 기르는 법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제 말은 안 듣고 새로운 식물만 바라보시는 거죠.”

식집사들의 시선을 식물이 아니라 식물 관리법으로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결과물이 병원 콘셉트였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식물의 상태를 진단해주고 필요할 경우 입원시켜 집중 치료한다는 소문에 초보 식집사들이 하나둘 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지난 8개월간 병원에서 진료를 본 화분만 1700건이 넘는다. 주 원장은 “30분 단위로 예약을 받고 한 사람이 평균 1~1.5개의 화분을 가져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5~6명이 꾸준히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 수보다 더 반가운 것은 기대했던 ‘집중 효과’를 봤다는 점이다. 주 원장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예약을 했던 사람들이 흰 가운을 입은 제 앞에 앉으면 조금 긴장도 하고 주목도 하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목표는 식물 하나 치료하고 마는 게 아니라 식물을 관리하는 전반적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라며 “비록 오늘 만난 식물은 초록별로 돌아가더라도, 이날 식물 치료를 계기로 식집사들의 몸에 밴 잘못된 습관 같은 것을 고쳐보려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병원을 찾는 식물 환자들은 대체로 어떤 문제를 안고 올까. 주 원장은 과습(過濕)으로 인한 생리 장애가 가장 많다고 했다. 즉 물을 많이 줘서 생기는 문제다. 주 원장은 “사람이 목마를 때 물을 마셔야 하는 것처럼 식물도 필요할 때 물을 줘야 하는데 바쁜 현대인들은 본인 편할 때 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습기를 공급받은 식물들은 뿌리가 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습으로 식물이 시들해질 때 물을 덜 줘서 그런가 착각해 물을 더 주게 되면 큰일이다. 결국 식물 뿌리가 썩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을 잘 주려면 우리 집에 사는 식물들이 언제 목이 마를지 알아야 해요. 물 먹고 싶을 때 물을 주고 필요 없을 때는 주지 않고, 화분이 작아 물이 머물 공간이 부족하면 조금씩 자주 주고, 겨울은 온도가 낮아 물이 잘 마르지 않으니 여름보다 덜 주고. 이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야 하는 거죠. 식물의 상태를 온전히 파악하기까지는 보통 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온도도 중요해진다. 주 원장은 “빛과 바람은 식물의 생육에 중요하고 물과 온도는 생존을 결정짓는다”고 말했다. 예컨대 관엽식물류는 최소 15도 이상을 유지해줘야 한다. 또 겨울철 창가는 밤마다 온도가 크게 떨어지므로 잠들기 전 거실 등으로 옮겨두는 것도 좋다. 식물을 집 안으로 들이면 광량이 부족해지니 물 소비량도 부족해진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물을 다른 계절보다 덜 줘야 한다는 뜻이다. 주 원장은 “식물에게 겨울은 성장하는 때가 아니라 견디는 시기”라며 “겨울을 잘 견디게 하고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그때 햇빛과 바람으로 크게 성장시키겠노라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원룸에 사는 1인 가구가 열악한 집안 환경을 걱정하며 식물 기르기를 주저하고는 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는 희망찬 조언도 건넸다. 너무 어둡고 너무 춥지만 않으면 기본적으로 식물은 잘 자란다는 것이다. 또 식물 여러 그루를 함께 기른다면 서로 공기를 통해 수분을 주고받으며 서로 어울려 잘 자란다고 한다.

주 원장은 최근 병원을 찾는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 이하가 80%라며 식집사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이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사랑할 수 있도록 식물병원이 곳곳에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일반 병원이 몸을 고치기 위해 가는 곳이라면 우리 병원을 행복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라고 소개하고는 합니다. 더 많은 서울 시민이 더 많이 식물을 접하고 건강하게 기를 수 있도록 도와 식물을 통해 행복까지 느끼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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