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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트럼프 재집권 땐 한미동맹 요동…모든 변수 대비한 ‘플랜B’ 세워야”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尹 한일관계 개선, 보통 정치인이라면 하기 힘든 결단

‘서해 공무원’ 감사원 발표 충격적…어찌 그럴 수 있나

한중 상호존중·호혜 필수…‘習 방한’ 매달릴 필요 없다

친미·친중 편 가르기 외교 접고 국가이익에 중점 둬야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큰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플랜B’를 세워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 제재 완화 등의 거래를 추진할 것이라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최근 동북아 정세를 보면 이 같은 보도의 현실화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해의 가장 큰 변수는 11월 미국 대선”이라면서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이 모든 상황 변화에 대비한 ‘플랜B’를 세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보통 정치인들은 하기 힘든 대단한 결단”이라면서 “한미일 협력 강화는 우리의 국익을 위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핵작전 연습 합의와 한미안보협의회(SCM)의 ‘맞춤형 억제전략(TDS)’ 개정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새해 한국 외교가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2024년은 국제 질서의 방향이 결정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11월 미국 대선이 큰 변수다. 10여 년 전부터 흔들려온 세계 민주주의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다시 힘을 받을지 아닐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에 대응해 첫째로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비한 한미·한미일 간의 군사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둘째로 캠프데이비드에서 결정된 한미일 간의 합의 사항을 가능한 빨리 진행시켜 국민들이 가시적인 효과들을 느끼고 안심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다. 셋째로는 요소수 수입 문제가 다시 불거진 데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더 확산시켜나가야 한다.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한미 동맹, 한국의 외교 안보 전략, 대외 경제 전략 등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런 때일수록 국내적으로 국론을 모으고 일치 단결해 새로운 대응 전략을 개발하고 일사불란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이 모든 상황 변화에 대비한 ‘플랜B’를 세워 준비해두는 수밖에 없다.

-외교 분야에서 윤 대통령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에 결단을 내린 것은 보통 정치인들은 하기 힘든 대단한 결단이었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가 지금과 같은 국제정치 상황에서 왜 한미 동맹과 한일 협력 중심의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정당성을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숙적 관계인 프랑스와 독일 관계를 협력 관계로 만든 것만큼이나 중요한 국제정치적 의미가 있는 데도 국제 무대에서 제대로 세일즈를 하지 못해 그 의미를 평가받지 못한 느낌이다. 인터넷 매체 발달로 전혀 달라진 언론 환경에서 예리한 정치 감각을 갖고 우리 국민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전략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성형주 기자


-한미일이 이달 9일 3국 안보실장 회의를 갖고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 추진을 선언했는데.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하기는커녕 전술핵으로 선제 공격을 하겠다고 하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선언은 의미가 크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 대한 회의론이 아직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익 외교의 관점에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이익을 구성하는 3가지 핵심 축을 안보와 번영, 국가의 위신이라고 봤을 때 가장 우선적인 안보를 한미일 협력을 통해 강화해준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국익 외교가 된다. 그리고 한국이 미국·일본과 신뢰가 깊어져야 미국과 일본이 우리 기업들을 민감한 첨단 전략 분야인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분야의 협력 네트워크에 초대해 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첨단 기술 확보 능력이나 국제 표준 관련 대응 능력도 키우고 해외 시장도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가치·안보·경제적 실익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요즘의 국제정치다.

-한미 NCG의 핵작전 연습 합의와 SCM의 ‘맞춤형 억제 전략’ 개정을 평가해달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고도화한 핵·미사일 능력과 위협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맞춤형 억제 전략 개정이 꼭 필요했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위해 30년에 걸친 노력이 있었지만 결국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한쪽으로는 맞춤형 억제 전략과 같은 억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18일 ICBM을 발사했다. 7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데.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워싱턴선언의 핵심 내용인 확장억제의 고도화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NCG를 충실하게 운영해서 미국의 군사적 억지 능력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 위협에 대응해서 사용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NCG 2차 회의에서 핵작전 연습을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북한의 도발 때마다 적정 수준의 미국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달 초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표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는가.



△매우 충격적이다. 북쪽에서 구해줄 줄 알고 아무것도 조치를 안 취했다는 발표 내용을 보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대북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원칙이 있는 포용 정책을 해야 되는데 원칙이 없다 보니까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들이 터진 것 아닌가 싶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성형주 기자


-북한이 폐기를 선언한 9·19 군사 합의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군사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형평성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북한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을 상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선한 의도와 그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그들의 실제 행동을 기반으로 냉철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외교는 현실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 요인까지 안게 된다.

-앞으로 한중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는 게 바람직한가.

△상호 존중과 호혜라는 기본 정신에 입각해 우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상호 존중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양국 관계의 가이드라인이 돼야 한다. 우리는 중국에 대해 충분히 존중해줬는데 그쪽은 그렇게 하지 않더라는 인식이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고조된 중요한 원인이었다. 우리도 상대국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정하고 때로는 희생을 감수하면서라도 그것을 지켜나가는 의연함을 가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기에 한국인 입장에서는 별로 현실감 없이 느껴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전쟁의 결과가 미칠 후폭풍은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만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강제로 탈취하는 것이 허락된다면 이는 국제 질서가 ‘힘이 곧 정의’로 받아들여지는 ‘약육강식’의 무질서 상태로 변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한 상황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 같은 나라에는 대단히 불리하다. 영토주권·자결권과 같은 국제 규범은 그동안 상대적 소국들을 강대국들의 횡포로부터 지켜주는 방패였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진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성형주 기자


-2003년 외교부 장관 재임 시절 동맹파와 자주파 간 대립이 있었는데.

△동맹파니 자주파니 그런 식의 이분법 논리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그때부터 주장했지만 소용 없었다. 동맹은 주인 의식에 입각해 우리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위해서 우리가 선택한 것이다. 제대로 된 자주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동맹인 셈이다. 이처럼 동맹과 자주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중첩되는 것이다. 두 개를 따로 떼어 대척점에 놓는 이분법적 단순 논리는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의 도구일 뿐이다.

-최근 작고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현실주의 외교’에서 배울 점은.

△친미, 친중, 친일과 반미, 반중, 반일 등 나라 이름 앞에 ‘친(親)’ ‘반(反)’의 접두사를 붙이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교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그것을 정치인들이 정파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 당면한 외교 현안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최고 도움이 되느냐를 중심에 두는 것이 ‘키신저식 외교’다. 키신저는 외교의 가장 중요한 기준과 목표는 감성이나 이념·도덕이 아니라 국가이익이 돼야 한다고 굳게 믿은 사람이었다. 그의 외교 행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은 우리가 깊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

◆He is …

1951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조교수를 거쳐 1990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2003년에는 노무현 정부 첫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발탁돼 재임했다. 이후 서울대로 돌아와 정년을 마쳤으며 현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명예교수와 한반도평화연구원·통일과나눔·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올해 3월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에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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