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 제재(제3자 제재)’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다. 러시아가 제3국 금융기관을 거쳐 전쟁 물자를 공급받으며 서방 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2일(현지 시간)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제3국 은행들을 추적 및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이 곧 시행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제3국 기업도 제재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세컨더리 제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는 금융기관에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러시아와 미국의 개인 및 기업을 제재하는 데 집중했다. 마침내 세컨더리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은 러시아가 제3국 은행을 활용해 서방 제재를 회피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는 소규모 기업들이 (군사) 물품을 러시아로 반입할 수 있도록 조력자를 찾았다”며 “이들 기업과 러시아의 급소(choke point)는 바로 금융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미국의 경제가 훨씬 크고 미국 화폐는 전 세계에서 사용된다”며 “전 세계 거의 모든 은행이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미국의 은행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을 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도 등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와 거리를 뒀던 국가의 금융기관들이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리들은 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기업들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계속 방조할 경우 주요 7개국(G7)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군산복합체와 거래하는 서방 금융기관이 남아 있을 수 있어 향후 이들에 대한 제재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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