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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머니카페] 툭하면 유상증자, 주주가 봉입니까

팬오션, 시총 2조인데 유증 3조 추진

대한전선·일진전기도 수천억원 증자

한화오션, 8월 발표 이후 주가 반토막

유증 물량 11배 ↑…채무상환만 '4조'

LGD는 1.3조 중 4000억이 '빚 갚기'

주주들 "총수·경영진 호의호식 안돼"

HMM 컨테이너선. 사진 제공=HMM




고금리 속에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주식시장에 운영 자금과 시설 투자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영도 어렵고 이자 내기도 힘들어 빚 갚기용으로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요. 하반기 들어서는 조(兆) 원 단위로 초대형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경우까지 늘어 소액 주주들만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기업이 요즘 유상증자를 하는지, 증자를 하면 왜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잃게 되는지 선데이 머니카페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한화오션(042660)·LGD·대한전선(001440) 이어 팬오션(028670)도 초대형 유증 추진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상장사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유상증자가 무엇인지부터 이해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유상증자는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서 기존 주주나 새 주주에게 돈을 받고 파는 작업입니다. 모종의 이유로 돈이 모자란 기업이 가장 간편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인데요. 회사 입장에서는 금융권에서 돈을 따로 빌리지 않아도 돼 이자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이에 반해 기존 주주들은 주식 수가 갑자기 늘어니니 들고 있던 주식 가치가 희석돼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 추진을 가장 최근에 시사한 기업은 이달 18일 HMM(011200)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하림지주(003380)입니다. 하림지주는 계열사인 팬오션을 통해 최대 3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데요. 6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감당하려면 하림지주 자체 실탄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랍니다. 팬오션의 현 시가총액은 2조 원 수준인데도요. 업계에서는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이 하림지주에 내년 1분기까지 최소 1조 원의 증자를 요구 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팬오션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유상증자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18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관련 사업 경쟁력 등을 강화하기 위해 1조 36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는데요. 200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19년 만의 첫 유상증자 결정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30%에 해당하는 4000억 원 정도를 채무 상환에 쓴다고 하고요. 나머지 자금 중 4200억 원은 정보기술(IT)·모바일·차량용 등 중소형 OLED 사업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 자금, 5500억 원은 대·중·소형 OLED 전 사업 분야에 걸친 생산 안정화 운영 자금으로 쓸 예정이랍니다.

대한전선 역시 이달 14일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등을 위해 약 52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표한 상장회사입니다. 4700억 원은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에, 500억 원은 미국·유럽·중동 지역 공장 건설이나 인수 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라네요. 일진전기(103590)는 지난달 17일 변압기와 차단기 등 중전기 공장과 전선 공장 생산력 증대 자금으로 쓰기 위해 약 1000억 원어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고요.

대우조선해양의 한화그룹 편입으로 출범한 한화오션도 8월에 유상증자로 2조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부터 주가가 하락해 증자 규모를 1조 4971억 원 수준으로 조정했고요. 이 회사는 조달 자금 중 5700억 원을 친환경 연료 기술과 함정 건조 시설, 생산 자동화 등 시설 투자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4200억 원은 글로벌 방산 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 거점 확보, 해외 유지보수점검(MRO) 기업 지분 확보에 투입하고 3000억 원은 해상 풍력 사업을 위한 지분 인수에 쓰기로 했고요. 2070억 원은 차세대 함정, 스마트십, 스마트 야드 등 신기술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주가는 반토막…주주들만 비명


내가 투자한 기업이 어디선가 자금을 모아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사실만 보면 얼핏 좋은 일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 유상증자가 앞서 설명한대로 대체로 기존 주식 가치를 떨어뜨려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점입니다. 주주 대다수가 유상증자를 청천벽력 같은 소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런 까닭인데요. 많은 주주들은 그래서 사업으로 이익을 내 투자를 하지 왜 하필 주식을 더 찍어서 돈을 융통하느냐는 불만을 제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위에 언급한 기업 대다수는 유상증자 결정 발표 직후 주가가 고꾸라졌습니다. 팬오션 주가는 19일 10.10% 하락한 데 이어 20일 상승장 속에서도 내림세를 보였고요. LG디스플레이도 18~19일 연이틀 하락한 끝에 주가가 1만대 초반까지 내려가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습니다.

대한전선은 15일 16% 넘게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주가가 1만 원 아래까지 떨어졌고요. 올해 5월 ‘적정 주식 수 유지’ 목적으로 10 대 1 액면병합을 진행한 직후의 주가가 1만 50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하락 폭이 큰 셈이죠. 2021년 호반그룹의 품에 안긴 대한전선은 같은 해 11월 무상감자를 단행하고 지난해 3월에도 유상 증자로 총 4889억 원을 조달해 주주들의 원성을 산 적도 있습니다.

일진전기도 유상증자 결정 직후인 11월 20일 2% 이상 내렸습니다.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2400대에서 2600선에 근접했는데 1만 2000원대였던 일진전기 주가는 1만 1000원 안팎까지 내려갔고요.

한화오션은 8월 유상증자 결정을 전후해 10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고 신주 상장을 2거래일 앞둔 11월 24일에도 16.73%나 떨어졌습니다. 8월 1일 4만 8900원이던 주가는 어느덧 2만 5000원대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각각 1조 1400억 원, 4153억 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SK이노베이션(096770), CJ CGV(079160)도 6월 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은 바 있고요.

한화오션 경남 거제 본사. 연합뉴스


11월 유증 물량 11배 이상 증가…올해 빚 갚기용 유증만 ‘4조’


유상증자가 빈번하다 보니 지난달 관련 주식 발행 규모는 10월의 11배 이상으로 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화오션의 유상증자 영향이 컸다는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 발행은 총 3조 1225억 원으로 10월 4129억 원보다 2조 796억 원(656.2%)이나 증가했습니다. 그 중 유상증자 물량은 2조 1833억 원에 달했다는데요. 한달 새 늘어난 1조 9963억 원(1067.6%) 가운데 1조 4971억 원이 한화오션 물량이었답니다. 기업공개(IPO) 물량도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에코프로머티) 공모 여파로 7133억 원(315.8%) 많은 9392억 원으로 불었습니다.

여기에 올 한 해 결정된 유상증자의 목적 가운데 ‘채무 상환’도 상당액이 포함됐다는데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된 상태에서 이자가 너무 높아진 현실이 감당이 안 돼 그렇다고 합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올 1~3분기 채무 상환 목적 유상증자 금액만 3조 7674억 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해당 목적의 유상증자 액수가 1조 2563억 원 밖에 안 됐는데 무려 3배나 급증했답니다. 이 기간 전체 유상증자 규모(28조 5228억 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정도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빚 갚기용 증자만 유독 증가한 셈인데요. 4분기인 10월 이후에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1곳이 채무 상환용으로 총 5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올해 연간 4조 원이 넘는 유상증자 금액이 채무 상환에만 사용된 것이죠.

4000억 원가량을 채무 상환에 투여하기로 한 LG디스플레이 외에도 KR모터스(000040)가 13일 채무상환을 위해 27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10월에는 STX(400억 원)와 가온전선(000500)(137억 원), 참엔지니어링(009310)(105억 원) 등이 채무 상환 목적의 유상증자를 발표했고요. 6월에는 CJ CGV와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도 6월 채무 상환 목적으로 각각 4153억 원, 2582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금호타이어(073240)(769억 원)와 AJ네트웍스(095570)(235억 원), 유니켐(011330)(600억 원) 등도 빚을 갚을 목적으로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예년보다 올 들어 더욱 따가워진 것 같은데요. 회사가 어렵거나 더 큰 도약을 위해 증자를 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그 돈으로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호의호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게 요즘 일반 투자자들의 한마음인 듯합니다. 조달한 자금을 발판으로 기업을 더 크게 성장시키는 작업은 그보다 더 중요하고요.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이자율이 정상화되고 경기도 나아져서 올해보다 유상증자 결정이 줄어드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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