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보다 악성사기 등 지능형 범죄와 온라인 마약 유통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2024년 치안환경 변화를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대한 경찰의 분야별 치안정책 수립 방향을 제안하는 ‘치안전망 2024’를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살인, 강도, 강간 등 5대 강력범죄보다 내년에는 고수익을 미끼로 일반인을 유혹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인 투자리딩방(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체) 등 악성사기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경찰이 올해 7월까지 집계한 리딩방 투자 피해자는 9360명, 피해 금액은 2400억 원에 달한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할 경우 피해 액수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비대면·온라인·대포물건·초국경 등의 특징을 보이는 피싱사기의 전형적인 특징을 모두 가지면서 더욱 고도화·조직화하고 있어 내년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내년 마약범죄 역시 올해보다 약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마약범죄는 2021년 일시적으로 감소(-12.0%)한 것을 제외하고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2022년에는 1만331건이 적발돼 전년 대비 28%의 증가율을 보였고 최초로 1만건을 넘겼다. 올해 1∼9월 마약범죄 발생 건수는 1만 213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8154건보다 약 48% 늘었다.
마약범죄의 세부 유형 중에서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9월 잠정통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마약은 80%(1923건→3473건), 향정은 47%(5112건→7485건), 대마는 3%(1088건→1122건) 각각 늘었다.
연구소는 "SNS, 다크웹, 텔레그램 등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활성화된 온라인 마약 유통 경로의 확대로 기술 사용이 능숙한 젊은 층의 피해자가 다수 양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해외에 관리서버가 있는 등 다양한 사유로 판매자 및 오남용자의 추적이 어려워 마약범죄의 근절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상대적으로 느슨한 한국의 입국 관리, 세관 검사, 검역 시스템 등도 밀수범들이 마약을 국내로 쉽게 반입하는 데 일조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내년 마약범죄의 증가세를 낮추기 위해 △ 미국의 마약단속국(DEA) 같은 마약전담 수사기구 설립 △ 마약 구매가 이뤄지는 디지털 플랫폼 단속을 통한 엄격한 법 집행 △ 출입국사무소와 수사기관 간 다각적 협업 노력 등을 제언했다.
내년에 온라인 거래 및 게임 사기, 메신저피싱·몸캠피싱 등을 포함한 사이버범죄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사이버범죄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으며 올해 1∼9월 발생 건수는 약 18만2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학교폭력 범죄는 금품갈취, 신체폭력, 성폭력 등의 유형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동학대 범죄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5대 범죄는 절도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은 상승세가 둔화하고 폭력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안보 위해범죄 중에서는 영업비밀·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의 국내외 유출 사건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약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대 치안 이슈에는 △ 잇따른 이상동기범죄(묻지마 범죄) △ '빌라왕' 등 대규모 전세사기 △ 수원 영아살해 냉장고 유기 사건 △ 교권 침해 및 교사 극단적 선택 △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협박 △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 신축아파트 부실시공 △ 대구 중학생 성추행·폭행 생중계 △ 주식 불법 리딩방 △ 인공지능(AI) 활용 아동 성 착취물 제작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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