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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딥테크가 미래 성장동력…산학연 창업클러스터 구축 서둘러야”

◆민동주 서울대 창업지원단장

대학가 기술창업 활성화는 저성장 늪 탈출 위한 돌파구

기업가정신 북돋우고 실패도 용인하는 풍토 만들어야

부처 칸막이 규제 과감히 없애 투자 걸림돌 해소하고

스타트업·투자자 연계 위해 정부가 전시회 주도해야

민동주 서울대 창업지원단장이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방형 융복합 플랫폼이 정착돼야 창업 생태계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대학가에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신사업에 도전하는 교수들과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대학들도 앞다퉈 창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 등과 연계된 기술 창업이 활발해져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민동주 서울대 창업지원단장은 2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딥테크(Deep Tech·독보적인 최첨단 기술) 기반의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함으로써 대학과 주변 지역을 스타트업의 메카로 키워야 한다”면서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산학연 창업 클러스터 구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인 민 단장은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고 실패를 용인하는 풍토부터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대학과 출연 연구소가 혁신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창업에 대한 대학가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창업을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실험실 창업 대상으로 선정된 곳만 10개로 늘어났으며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예년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창업에 성공한 기업들이 많이 배출되면서 교수들과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도 창업에 필요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탄탄한 현장 경험을 쌓는 등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대학의 창업 활동이 우리 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경제는 성장을 멈추고 정체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연구개발(R&D) 성과를 바탕으로 한 혁신 기업 육성을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 서울대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 3명 중 1명을 배출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교수 창업 기업은 올 10월 말 기준으로 152곳에 달한다. 툴젠·고바이오랩·퀀타매트릭스·샤페론 등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제 대학의 역할은 교육과 연구를 뛰어넘어 ‘창업’ 분야까지 확대돼야 한다.

-대학의 창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소개한다면.

△올해부터 창업에 나서는 학생들의 휴학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창업 휴학 대상도 대표이사에서 사내이사까지 확대했다. 창업지원위원회를 통해 교원들의 창업 활동을 도와주고 단과대별 보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창업경진대회인 ‘비 더 로켓’ ‘더 비기닝’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우수 기업의 발굴 및 창업 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동문 창업가와 유관 기관 종사자의 교류의 장인 ‘동문 창업 네트워크’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매년 진행하는 ‘국제 혁신 창업 심포지엄’은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기업들의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기술 창업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남들이 따라잡기 힘든 독보적인 기술을 ‘딥테크’라고 한다. 앞으로 딥테크 창업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교수들은 높은 수준의 지식과 우수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서 성공 확률이 높다.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술로 83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망고부스트나 갤럭스(240억 원), 라트바이오(190억 원) 등의 사례는 교수 창업 기업의 남다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신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 글로벌 창업 대국을 이끌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이다.

-혁신적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에 성공하는 교수들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제 활력을 살리고 신산업을 키우는 창업의 중요성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학교 차원에서는 교수 창업과 관련해 ‘개업’이 아닌 ‘창업’만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의 기술을 모방하거나 유사한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로 도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세계시장을 선도할 초격차 기술을 갖춰야만 승인해주겠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이 경영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투자 유치를 최대 난제로 꼽는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10곳 중 4곳의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줄이 말라버린 탓도 클 것이다.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민간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다만 최근에는 은행권에서 적극 지원에 나서는 등 투자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투자자들도 스타트업 성장에 따른 기대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 창업 초기에 직면할 수 있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탄탄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과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 마련도 중요한데.



△창업에 실패하면 영원한 실패자로 낙인찍혀버리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빨리 조성돼야 한다. 스타트업의 경우 90%는 실패하기 때문에 재기를 뒷받침하는 사회구조를 갖춰야만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창업 시장에서는 가급적 빨리 실패하라는 역설적인 얘기도 있다. 한 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그다음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주력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피버팅도 필요할 것이다.

-어렵게 신사업에 진출해도 여러 규제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스타트업이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의 절반가량은 한국에서라면 태동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대체육 관련 기업의 경우 식품 관련 규제가 워낙 심하다 보니 상장 절차 등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의 창업 및 산학 협력 공간에 대한 세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학의 설립 목적이 교육·연구에 머물러야 한다는 낡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수요를 반영해 대학 재산에 대한 세금 부과를 현실에 맞춰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꺾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진입장벽을 해소함으로써 역동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도 다양한 창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여러 부처 간의 입장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사업 추진에 혼선을 주는 경우가 많다. 부처별 칸막이 규제를 과감히 없애 투자 걸림돌을 해소하고 창업 친화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여러 부처의 지원 사업이 중복되는 것 또한 문제다. 정책 개선을 건의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업계의 애로 사항을 적극 수용해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대규모 창업 클러스터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주요국에서는 대학 중심의 창업 생태계 필요성을 파악해 일찍부터 대학과 그 주변을 창업·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 이스라엘의 히브리대·텔아비브대와 실리콘 와디 등이 대표적 사례다. 대학의 첨단 기술, 인재 공급이 뒷받침돼야 명실상부한 창업 메카로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학 주변에 글로벌 창업 허브로 성장할 만한 규모의 창업단지가 조성될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 인근의 녹지 공간에도 기술·창업 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를 넘보는 산학연 창업 클러스터를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수요도 높은데.

△최근 글로벌 기업설명회(IR)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했더니 특정 국가를 타깃으로 삼아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현재는 벤처캐피털(VC)이 개별 기업을 컨설팅하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스타트업의 해외 공략을 지원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종합상사나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의 유기적인 지원 체계 구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과 국내외 투자자를 연결하는 기회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여러 기관별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은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 유럽의 스타트업 강국인 핀란드 헬싱키에서 매년 열리는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Slush)’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우리도 국내외 창업자와 투자자 등 종사자들이 함께 모이는 대규모 전시회를 정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융합 기술도 이런 대규모 행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이들이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면.

△벤처 1세대 창업가로 꼽히는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내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기술 가운데 실제 성공한 분야는 맨 마지막으로 꼽았던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기술이 오히려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예비 창업자들도 자신의 판단과 실제 시장의 관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항상 소비자나 수요자의 입장에서 사업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창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전문가의 도움도 받아 견문을 넓혀야 한다. 자신의 기술에만 파묻혀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위험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She is…

1971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과학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 창업지원단장 및 산학협력단 사업부단장을 맡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비상임이사,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융자심의위원 등을 지냈으며 한국자원공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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