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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인 것 같아” 피나고 진물까지…아이 아토피에 눈물 짓는 엄마들

아토피피부염, 전신 면역질환…‘알레르기 행진’ 첫 단계

영·유아 시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천식·비염 예방 가능

외관상 병변보다 기저 염증이 문제…전신 치료제로 조절

이미지투데이




“집안 일하랴 아이 돌보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매일 침대보를 갈고 아이 옷을 삶아요. 피가 나도록 쉬지 않고 피부를 긁어대는 아이와 보초를 서느라 밤을 꼬박 새울 때도 많죠. ”

6개월 딸아이를 키우는 김미영(35·가명) 씨는 “6~7시간 내리 푹 자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첫 육아로 인한 부담감이 일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건 생후 100일 된 딸에게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영·유아에 흔한 기저귀 발진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무릎 뒤, 팔꿈치 안쪽, 손목, 발목 등 접히는 부위에 습진처럼 보이는 붉은 피부 병변이 번졌다. 집근처 피부과를 다니다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증상이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얼굴, 두피까지 증상이 올라오고 진물이 나오는 지경이 되자 아이가 칭얼거리며 밤잠을 설치는 횟수도 늘어났다. 가려움증이 좋아지는 것 같다가도 나빠지는 패턴이 반복되니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하나 이런저런 걱정도 하곤 한다. 김씨는 “임신 전까지 하루라도 커피를 안 마시면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달고 살았다. 아무래도 그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 며 “나 때문에 아이가 고생하는 것만 같아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 단순 피부병 아니다…기저 염증 탓에 재발·악화 반복 ‘평생 악순환’


아토피피부염은 유전적·환경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서 신체 여러 부위에 염증이 유발되는 병이다. 가려움증과 건조증, 습진 등 대부분의 증상이 피부에 나타나다 보니 단순한 피부병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병변이 없는 피부에도 염증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관상 병변이 보이지 않더라도 피부 진피증 근처에는 여전히 염증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갑작스러운 재발’ 또는 ‘악화’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국소 부위에 바르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기저의 염증은 해결하지 못한다. 아토피피부염 환자가 간헐적인 증상과 징후를 보이더라도 전신 치료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절해야 할 이유다.

아토피피부염은 85%가량이 만 5세 이전 진단될 정도로 영·유아기에 흔하다. 대부분 생후 1년 이내 증상이 나타나는데 중증의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증상이 이어지거나 재발을 겪는다. 소아에서 발생한 아토피피부염의 40~60%가 사춘기 이후까지 지속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용주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3차 병원에 내원한 아토피피부염 환자 5000명의 중증도 분포를 분석한 결과 영·유아 환자의 약 10%가 중증 아토피피부염으로 확인됐다”며 “전신 치료제를 써야 할 정도로 심한 환자는 800명이 조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영·유아기에 생긴 아토피…천식·비염 등 ‘알레르기 행진’으로 이어지기도


아토피피부염은 습진 중증도 평가지수(EASI)와 피부과 삶의 질 수치(DLQI), 통증 숫자평가척도(NRS)를 기준으로 중증도가 나뉜다. 피부에 나타나는 증상과 신체 부위에 따라 가중 평가하는 EASI(0~72점)가 23점 이상이거나 23점 미만이어도 가려움증으로 인한 통증을 나타내는 NRS 7점 이상 또는 피부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끼치는 수준을 평가하는 DLQI 10 점을 초과하면 중증이다.

영·유아기에 생긴 아토피피부염은 수면, 식사 등 환자의 삶 전반은 물론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위협할 수 있다. 보호자가 전적으로 자녀의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시기라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처하기 어려워 부담이 더욱 커진다. 이 교수는 “중증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영·유아들은 밤에 더 많이 긁는다. 아침이면 온몸이 피와 진물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가 자면서 긁지 못하도록 밤새 보초를 서야 하는 경우도 많다” 며 “온 가족이 매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느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이용주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영유아기 중증 아토피피부염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영·유아는 흔히 우유, 계란, 밀가루 등 음식 알레르기를 동반한다. 긁는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큰 데다 수면의 질이 저하되고 먹는 것마저 제한해야 하니 정상적인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영·유아의 약 80%가 자라면서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의 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를 가리켜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이 교수는 “영·유아에게 발생한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 행진의 첫 시작”이라며 “이 시기에 아토피피부염을 잘 관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알레르기비염이나 천식 발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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