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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료 살린다더니 헬기타고 서울행”…이재명 응급이송에 의료계 ‘씁쓸’

응급의학과 의료진, 119헬기 이용 두고 설왕설래

권역외상센터 외면하고 서울 대형 병원 이송 비판

비응급 상황 시 헬기 이용 두고 특혜 의혹도 제기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문병을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뒤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일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조치만 마친 채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은 데 대해 의료계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 진영을 떠나 평소 지방의료 활성화를 부르짖던 정당 대표가 가까운 권역응급센터를 두고 119 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송해 치료를 받으면서 지역의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반응이다.

3일 정치권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피습당한 뒤 오전 10시 50분께 구급차로 이송돼 인근 축구장에서 소방헬기로 옮겨졌다. 오전 11시 13분께 부산대병원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열린 상처 치료와 파상풍 주사 접종 등 응급처치를 마친 후 오후 1시께 닥터헬기에 실려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신고를 받고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23분이 걸렸다. 헬기를 이용해 가까운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은 빠른 응급의료체계가 잘 작동했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이후 의료이용 행태는 이중적”이라고 평가했다. 중증 외상이 의심되어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지침에 따라 가장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이송했는 데도 ‘가족이 원해서, 잘 하는 곳으로 이송’한다며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한 것은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정치나 진영을 떠나 응급의학적 관점에서 사안을 접한 입장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런 식이라면 어느 국민이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너도나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요구하지 않겠느냐”며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 부어 가까스로 쌓아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생명이 경각에 달리고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질환, 중증 외상 환자의 경우 사망 또는 영구적 장애를 피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골든타임 내에 응급진료 및 수술이 시행되야 한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는대로 이송 및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공공 의과대학 신설과 지역 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원했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에서 “(이재명 대표가) 수술을 잘 받고 무사히 치유가 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119이송체계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여 과장에 따르면 속초는 초응급 환자의 경우 권역 내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을 시 의사가 동행해야만 서울·경기권 119헬기에 환자를 태울 수 있다. 그가 소속된 속초의료원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명 뿐이라 이송 헬기를 타면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이러한 조건을 요구 받는다. 부산의 권역응급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상황인 데도 환자가 전원을 원한다는 이유로 119헬기를 이용해 서울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응급 상황이면 (서울로) 가면 안됐고, 비응급이면 굳이 헬기를 탈 이유가 없었다”며 “지방의료 활성화시켜야 한다면서 본인은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병원으로 119헬기를 타고 이송하느냐”고 되물었다. 응급실 뺑뺑이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지방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 본인들이 치료받을 때는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일반 시민들도 앞으로 이렇게 119헬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냐. 심근경색으로 당장 시술 받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환자의 빠른 치료를 위해 119헬기 이송을 요청했더니 의료진 안 타면 이송 불가하다던 119도 답변을 좀 해달라”며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서 치료 받으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씁쓸해 했다.

이 대표는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는 응급의료체계 붕괴 현상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는 작년 7월에 열린 ‘응급의료체계 위기 극복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국이라고는 하는데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균형, 부조화에 처해 있다. 특정 부문은 물론 전체적인 의료 인력 부족, 저수가 체계 등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민 안전과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그 문제가 국민들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극단적 사태까지 몰리는 국가적인 의료체계 위기까지 온 상태가 아닌가 싶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응급의료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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