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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기가 나보다 오래 살듯” 8kg 빠진 ‘구야형’…무슨 일? [셀럽의 헬스]

■ 김미정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고령화로 심부전 환자 급증세…고위험군은 조기 발견 힘써야

유튜브 채널 '조라이프' 캡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서 '구야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원로배우 신구(87)가 핼쑥해진 모습으로 유튜브 방송에 등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3일 배우 조달환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조라이프'에는 지난 2022년 3월 연극 공연 중 건강 문제로 입원하며 잠정 하차했다가 최근 차기작으로 복귀한 신구의 근황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1962년 데뷔해 60여 년간 활동해온 신구는 2년 전 심부전증 진단을 받고 인공 심장박동기를 착용한 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르고 있다. 심부전이 오면서 7~8kg까지 체중이 빠졌다고 밝힌 신구는 작년 초 조달환과 함께 있다가 증상을 발견해 심장박동기를 달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심장박동기를 가리켜 “이 놈이 한 10년은 산대. 아이고 나보다 더 오래 살겠네”라는 말로 투병 과정의 어려움을 애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연극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신체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에도 좋다.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최선을 다하면 세상이 알아준다"고 언급하며 배우로서의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 암보다 무섭다? 말기 심부전, 5년 이내 사망률 50% 넘어


심부전(heart failure)은 말 그대로 심장의 기능이 저하돼 신체 각 부분에 혈액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병이다. 심장의 혈관이 막히는 관상동맥질환부터 맥박이 불안정한 부정맥 등 다양한 기저질환에 의한 일종의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 유전자 이상에 의한 심근증 등 심장 근육 자체가 약해져 심부전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에서 심부전을 자동차의 엔진이나 부품이 고장 나거나 연료가 부족해 제대로 운행되지 못하는 상태에 비유되기도 한다. 김미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말기 심부전은 5년 이내 사망률이 50%를 넘어 암보다 무서운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며 "조기에 진단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심부전 예방과 관리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 고령화로 심부전 환자 급증세…60대 이상이 85% 이상


고령화와 더불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심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3만9682명으로 2017년 22만1315명 대비 8.3% 증가했다. 고령은 그 자체로 심부전의 위험요소다. 특별한 질환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위험이 증가한다. 60~70대의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 심평원 통계에서도 전체 심부전 환자의 85% 이상을 60대 이상이 차지했다. 고혈압과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원인이 과반수 이상이며 판막질환, 부정맥, 심근증도 심부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생활습관에 의한 비만, 대사증후군, 당뇨에 의한 심부전이 크게 늘었다. 비만, 고지혈증, 고혈당은 만성 염증 상태를 일으키고 심근과 혈관을 손상시켜 심부전을 유발한다.

과거 심장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더라도 중증의 폐, 콩팥, 간, 인지장애, 자가면역질환, 암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전신 상태가 쇠약한 노인은 갑자기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항암제, 알코올, 식욕억제제 등의 심독성 약물에 민감한 사람은 이들 약물에 노출됐을 때 심부전이 발생하기 쉽다.

◇ 누워만 있어도 숨차고 발목·종아리 부으면 심부전 신호일 수도


심부전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심부전 발생 시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힘들게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질환이 진행될 수록 눕거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심하면 복수가 찬다. 간혹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부종이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빈맥)이 나타나고, 노인은 경미한 인지장애가 악화하기도 한다. 특히 쇠약한 노인에서 흔해 자칫 나이 탓으로 오인할 수 있다. 중증 심부전에서는 근육이 소실돼 기력이 달리고 움직이기 힘들어하며 입맛이 없어 체중이 빠지기도 한다. 만약 최근 몇 개월간 이런 변화를 겪었다면 심부전일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움직임을 힘들어 못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예전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찬다거나 계단 몇 층 정도는 쉽게 올라갔는데 힘들어졌다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증상 없을 때부터 약물치료 필요…진행 막으려면 위험인자 교정해야


심부전은 심근 손상 위험인자만 있는 1단계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4기까지 중증도에 따라 크게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고혈압, 당뇨, 비만, 대사증후군, 관상동맥질환을 포함한 심혈관질환, 심독성 약물 노출 과거력, 심근병 유전자 보유자 등 위험인자를 보유한 그룹이다. 당장은 증상이 없지만 심부전의 명백한 고위험군으로 식사, 운동,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과 함께 심부전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로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2단계는 아직 심부전 증상은 없지만 심장의 구조나 기능 이상이 시작된 단계다. 혈액검사에서 심장 손상을 의미하는 수치가 검출됐거나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 비대, 판막 이상, 심근 수축 또는 이완 기능 저하 등이 관찰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 본격적인 심부전 진행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원인 질환을 교정하고, 위해 요인을 회피하는 동시에 심부전 예방 효과가 입증된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김미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사진 제공=인천성모병원


3단계부터는 위에서 언급한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호흡곤란, 부종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삶의 질이 저하되며 장기적으로 사망률이 증가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뇨제 등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약물과 함께 장기 생존율 향상을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환자에 따라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4단계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심부전 증상이 계속되는 말기 심부전 상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사망률이 암보다 높기 때문에 약물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심장이식이나 망가진 심장을 대신해 기계적으로 심기능을 보조해주는 심장보조장치 삽입이 필요할 수 있다. 심부전 치료제는 때때로 효과가 늦게 나타나거나 일시적으로 콩팥의 사구체여과율 수치를 올리기도 한다. 기존에 복용하던 당뇨병, 콩팥병, 관절염 등의 약과 상충할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를 통해 심장과 기존 질병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해하고 치료의 목표와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건강한 생활습관과 입증된 약물치료로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막고 아프기 전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며 “조기 발견에 힘쓰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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