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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인더스트리 5.0 앞두고 로봇 부각…AI·빅데이터 장착 제조·물류 혁신

◆로봇 산업 현황과 과제

옵티머스·아틀라스 등 빠른 진화, 국내외 로봇 경쟁 치열

SF영화 AI 로봇 비하면 초기 단계이나 발전 속도 가팔라  

韓, 제조강국이나 美·日·中 등에 로봇 경쟁력 한참 밀려

“R&D투자 확대, M&A 활성화, 인력 육성 적극 지원을”





# 2055년 인공지능(AI)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핵폭발을 일으킨다. 미국은 ‘AI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세계적으로 AI 로봇 제거 작전에 나선다. 특히 공중에 뜬 채 샅샅이 수색하고 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가공할 무기를 투입한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공상과학(SF) 영화 ‘크리에이터’의 주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AI 로봇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자유를 위해 투쟁한다. 그야말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이다. 지금의 로봇은 이와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로봇은 AI·빅데이터·클라우드와의 융합을 가속화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지난해 말 동영상을 통해 공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는 빨래를 개고 달걀을 옮기고 스쿼트를 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물론 상용화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로봇은 급속히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도 마찬가지다. 영상을 통해 아틀라스가 달리고 점프하며 무거운 물건을 집어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봇의 사용처는 공장·물류센터·유통·서비스·의료·교육·금융·국방 등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세계 로봇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50억 달러에서 2030년 1600억 달러로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와 주변 기기, 시스템통합(SI)까지 포함하면 로봇 산업 규모는 최대 4배까지 늘어난다. 이 가운데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제조·물류 현장의 협동로봇과 자율주행로봇(Autonomous Mobile Robot·AMR)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송영은 고려대 세종캠퍼스 미래모빌리티학과 교수는 “언젠가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인더스트리 4.0’을 넘어 ‘인간 중심 기계 협업’을 표방하는 ‘인더스트리 5.0’ 단계로 들어서면 로봇의 활약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의 공장에 로봇 55만 3052대(산업용 로봇 49만 8000대, 협동로봇 5만 5000대)가 추가 투입됐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은 세계 협동로봇 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25년 50억 8849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세계 협동로봇 시장은 덴마크 유니버설로봇이 약 40%를 차지하고 일본 화낙과 대만 테크맨, 스위스 아우보 등이 뒤따르며 경쟁하고 있다. 라이다 센서, 컴퓨팅 등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해석하고 이동 경로를 탐색하는 AMR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AMR 시장 규모는 연평균 21.31% 커져 2030년에는 49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자동화 회사인 지텍(G-TEC)의 최부식 대표는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과 하드웨어 기술의 표준화 등으로 인해 AMR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1석 3조 로봇산업. /출처=관계부처 합동 첨단 로봇산업 비전과 전략(2023년 12월)


로봇 개발·활용에 나서는 글로벌사들


미국·일본·중국·EU 등은 발빠르게 로봇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재단을 통해 로봇 분야에 지난해에만 13억 달러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했다. 반도체과학법의 10대 핵심 기술 분야에도 로봇을 포함시켰다. 앞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첨단 제조 파트너십’에 따라 협동로봇 중심의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 프로젝트(2011~2021년)도 추진했다. 일본은 2015~2020년 ‘로봇 신전략’에 따라 규제 개혁, R&D 확대, SI사 육성, 인력 양성 등에 1000억 엔을 투자했다. 곧바로 2025년까지 문샷 R&D 프로그램을 만들어 로봇 분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전체 로봇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46%를 차지하는 로봇 대국이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전략에 따라 로봇을 10대 핵심 분야에 넣고 엄청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2025년 로봇 밀도 2배 달성을 목표로 10개 중점 분야 R&D와 시범 실증 체험, 검증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민관이 함께 2014~2020년 로봇 분야에 28억 유로를 투자한 데 이어 ADRA 프로그램(2021~2027년)을 통해 AI와 로보틱스에 26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로봇 R&D 실적(단위: 개사, 백만원, %) /출처=2022년 로봇산업 실태조사(로봇산업진흥원, 로봇산업협회)




세계 4위 로봇 시장인 우리나라는 점유율과 경쟁력 등에서 미국·일본·중국 등에 밀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로봇 시장은 243억 달러였는데 우리 점유율은 12.3%에 불과했다. 세계 10대 협동로봇 기업을 보면 일본이 3개로 가장 많고 독일 2개, 덴마크·대만·중국·스위스·미국 등이 각각 1개인데 한국은 없다. 한화로보틱스·현대로보틱스·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벤처·스타트업까지 약 2500개 로봇 기업이 있으나 역부족이다. 감속기와 서브모터 등 핵심 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60%를 넘을 정도다. 로봇 소프트웨어 국산화율도 25%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분석 결과 2021년 로봇 부품 전체의 국산화율은 44%가량이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의 전문 인력 부족률이 약 35%에 달한다. 스마트 제조 로봇 기술은 EU의 약 80%, 서비스 로봇 기술은 미국의 약 80%대 초반 수준이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로봇 산업의 종합 경쟁력은 미국·일본·중국·독일·스위스에 이어 세계 6위에 그친다”며 “중국은 보조금 지급, R&D 비용 100% 공제 등 적극적인 투자 지원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 로봇산업 비전과 전략(2023년 12월). /출처=관계부처 합동


다만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로봇 밀도(노동자 1만 명당 설치된 로봇 숫자)는 1000대를 넘어 400대에 근접한 중국·일본 등을 월등히 앞선다. 그만큼 로봇 시장의 잠재력이 큰 셈이다. 정부도 첨단 로봇 제조를 12대 국가전략기술로 키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8년까지 대구 달성군에 로봇 실증 평가를 위한 기반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로봇 활용을 위한 규제 혁신에 나서고 로봇 윤리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정환 한국재료연구원장은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등을 발전시키려면 첨단 소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인공 근육·감각을 구현하고 우주·해양·군사용 같은 극한 환경에 견디며 고집적·고자유도 지능형 인터페이스가 가능하고 물리·화학적으로 인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화 장비·서비스사인 신비앤텍 정유돈 대표는 “로봇 산업이 전후방 산업 효과가 큰데 아직은 성장 초기 단계”라며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AMR사인 트위니의 천영석 대표는 “정부가 R&D 투자와 M&A 활성화, AI·5G·클라우드 융합, 인력 육성,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늘렸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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