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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조' 철도지하화 재원 공공 조달…公기관 부채 급증하나

공사채 발행으로 재원전액 부담

교통격차 해소에 민간변수 줄여

LH 등 공기업 부채 급증 가능성

정부 "개발이익으로 사업비 환수"

서울 용산역 인근 철도 위로 전철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철도 지하화 재원과 관련해 50조 원 규모의 공공기관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당초 민간자본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재원 조달 방식을 수정한 것이다. 사업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의 부채율이 급속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철도 지하화 재원을 모두 공공기관 채권(공사채)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추산한 철도 지하화 총 사업비는 50조 원에 달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철도 지하화 계획을 발표하며 사업비 전액을 민간에서 조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원 조달 방식이 바뀌며 공공기관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 전액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채권 발행은 대부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유재산인 철도 부지를 LH 등에 현물출자한 후 개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현물출자를 받은 공공기관은 향후 철도 부지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채권을 갚게 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인 사업구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LH 등의 공사채를 민간에서 사들인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금액(50조 원)을 민간 조달 방식으로 발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교통격차 해소 정책’의 재원 구조도 이에 따라 달라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철도·도로 지하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구축 등 관련 정책에 133조 6000억 원이 소요된다. 당초 국토부는 전체 사업비의 56%가 넘는 75조 2000억 원을 민간에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이 중 50조 원은 공공기관이 조달하게 됐다. 이에 공공기관의 전체 조달 금액은 기존 5조 6000억 원에서 55조 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공공 부문의 투자액도 49조 2000억 원에서 99조 2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해 전체 사업비의 74%를 차지하게 됐다.



정부가 자금 조달 방식을 바꾸면서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민간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LH가 나서는 것이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투자 비중이 높으면 향후 변수에 따라 사업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 지하화에 성공한 해외 사례는 활용도가 낮은 철도나 폐선부지를 활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하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노선은 현재 활발히 운행 중인 철도로 기존 열차 운영에 차질을 빚지 않고 지하화 작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공사 기간도 부담이다. 대만 타이베이 철도 지하화 사업의 경우 1983년 착수해 30년이 지난 2013년에야 마무리됐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광화문 일대의 지상을 보행자 전용 공간으로 조성하고 차량을 지하로 이동하겠다는 구상이 제기됐었다”며 “하지만 1호선, 5호선 등 도시철도가 지나는 복잡한 지하공간에 차량용 도로를 조성하는 것이 무리라는 결론이 나며 무산됐는데 철도 지하화도 현실적인 면에서 난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부채가 급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억누르면서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에 부담을 전가한 바 있다. 발전단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으로 인해 한국전력의 누적부채는 200조 원까지 증가하며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공기업에 전가하면 공기업의 부실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공기업 본연의 업무까지 수행하기 어려워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철도 부지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선투자한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측은 "국유재산인 철도 부지를 사업 시행자에게 우선 출자하면 사업 시행자는 이를 근거로 철도지하화통합개발채권을 발행해 민간 자본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한다"며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은 추가 부담 없이 상부 개발에 따른 이익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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