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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최저임금보다 낮게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필요"

"외국인 노동자 저임금 적용해 돌봄비 낮춰야"

① 사적 계약 활용해 최저임금법 우회 가능

② 최저임금 차등화로 돌봄업에 저임금 적용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급증하는 돌봄서비스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제언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서비스업의 최저임금을 다른 업종보다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도입하는 게 아니라 저렴하게 도입해 저출생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높은 돌봄 비용을 확 낮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돌봄서비스업에 국한되기는 했으나 한은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의 필요성을 짚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최저임금보다 낮게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할 필요”


채민석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BOK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채 과장은 “급증하는 돌봄서비스직 수요를 국내 노동자만으로 충족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돌봄서비스직에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되, 이들에 대한 임금을 낮춰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고자 하는 핵심 이유는 충분한 인력 공급을 통해 돌봄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지난해 간병인 고용 비용은 월 370만 원으로 고령가구(65세 이상) 중위소득의 1.7배, 간병비를 주로 부담하는 자녀 세대인 40~50대 중위소득의 60%를 웃돌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 육아 도우미 비용 월 264만 원 역시 중위소득의 50%를 상회한다.

이렇게 이미 높은 수준인 간병 비용을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면 외국인 노동자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해도 간병 비용을 확 낮추기는 힘들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0.9%로 미국(27.4%)과 일본(45.6%), 캐나다(69.1%), 독일(52.6%) 등 주요 국가보다 높다.



①홍콩처럼 ‘사적 계약’ 통해 최저임금 적용 우회 가능


문제는 외국인에게만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국적에 따른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노동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악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국내법과 ILO협약을 우회해 외국인 노동자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개별 가구가 직접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가사서비스 제공자(외국인 노동자)의 지위는 근로자와 개인 사업자의 중간으로 간주돼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렇기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ILO 협약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홍콩과 싱가포르·대만은 이 방식을 활용해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기준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800원으로 전체 최저임금(6600원)을 크게 하회한다. 싱가포르 역시 외국인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60만 원,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약 400만 원으로 차이가 크다. 채 과장은 “다만 이들은 고용주에게 식사와 주거를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자조합이 공동 숙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적 계약이라 국가의 관리·감독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는만큼 별도의 관리·감독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②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로 돌봄서비스에 낮은 임금 적용


또 다른 방법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돌봄서비스 부문까지 확대하고, 이 업종에 대해서는 내·외국인 구분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에 따라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어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고, 내·외국인 차별 적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법과 ILO 협약에 저촉되지도 않는다. 사적 계약과 달리 국가의 관리·감독도 용이해 공적인 돌봄 서비스 제공에도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본과 독일·영국 등이 돌봄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 공급을 대폭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이외의 부문에 대한 논의에는 선을 그었지만, 한은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의 필요성을 짚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채 과장은 “최저임금제도의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도 “돌봄서비스의 경우 인력난과 비용 부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차등이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타산업에 비해 돌봄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왜곡을 줄이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이 낮은 돌봄서비스 부문에 낮은 임금을 적용하면, 이 분야에 노동력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그 결과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비용 부담에 가족 간병 늘면…경제 손실 46~77조 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령 인구에 대한 간병비 급증·여성의 사회 활동 제약 등으로 경제적 손실이 불어난다는 경고도 내놨다. 앞으로 보건서비스직 수요는 2042년까지 75~122만 명 증가할 전망인데 노동 공급은 12만 명 감소한다. 심각한 공급자 우위 구조에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채 과장은 “간병비 부담에 가족 간병이 늘어날 경우 해당 가족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약하면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연구에 따르면 고령화 및 돌봄서비스 공급 부족 심화로 가족 간병 규모는 2022년 89만 명에서 2042년 212~355만 명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같은 기간 19조 원에서 46~77조 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환산하면 동 기간 0.9%에서 2.1~3.6%로 커진다. 채 과장은 “인력 수급상의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화되지 않는다면 GDP는 2042년에 2.1~3.1%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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