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다시 국제노동기구(ILO) 탈퇴 논쟁을 수면 위로 올렸다.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작년 ILO 탈퇴 논쟁과 배경이 같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ILO 탈퇴에 대해 선을 그었고 한국은행도 ILO 탈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소모적인 논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6일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는 돌봄서비스업 확대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돌봄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서는 방법론으로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국내법 개정과 ILO 탈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으로 업종 차등적용은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 해를 제외하고 적용되지 않았다.
ILO 가입과 탈퇴는 국가가 자국민과 국제사회를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다. 1919년 설립된 ILO는 세계 경제 변화에 맞춰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정책을 제안하는 국제연합(UN) 내 전문기구다. 설립 이후 작년 10월 기준 190개 협약, 206개 권고 등 국제노동기준을 만들었다. 같은 해 5월 기준으로 18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ILO 협약은 우리나라에서도 노동계가 바라는 노동권과 인권 신장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8개 핵심협약 중 7개를 비준했다. 이 협약들은 우리나라 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ILO는 3년마다 비준국의 협약 불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2022년에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ILO가 주목받기도 했다.
ILO 탈퇴는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ILO 차별금지 협약(11호) 탈퇴(비준 철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한 소상공인의 말을 전하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당시 이 소상공인도 ‘한국은행 보고서’처럼 ILO 조항으로 내·외국인 근로자 모두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전국금속노조는 논평을 통해 “이주노동자 처우(임금)를 내국인 보다 낮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인종, 직업, 성별, 피부색, 출신 국가, 사회적 출신으로 차별해도 된다는 뜻”이라며 “헌법(제11조)과 국제적 인권 기준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장 이야기를 전달한 것으로서 어떤 정책적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고 ILO 탈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번 한은 보고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제도적 여건과 국내외 여론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여러 최저임금 차등 적용 법안이 본회의 문턱을 높지 못한 이유도 ILO 협약과 충돌하는 문제 때문이다. 보고서는 ILO 탈퇴에 대해서도 “ILO 협약은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연결돼 탈퇴 시 통상마찰 소지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가 각 국가와 맺은 FTA에는 국제노동기준 준수 조항이 다수고 국제무역에서 노동이슈가 중요한 통상의제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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