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한국적 브랜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발굴하고, K합창을 세계에 선보이겠습니다”
국립합창단이 새 단장과 함께 또 한번의 도약에 나선다. 지난 1월 새로 국립합창단의 12대 단장 겸 예술감독에 취임한 민인기 단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대표 합창단의 단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마음이 무겁다”며 “음악적 부분 뿐 아니라 행정적 부분까지 책임지다 보니 정신이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1973년 설립돼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립합창단은 국내 합창 예술운동의 선두주자다. 민 단장은 “단원들의 기량이 워낙 뛰어나다”며 “국립예술단체의 한 조직으로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54명의 모든 단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합창 음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종교와 관련된 음악이지만, 레퍼토리도 다양화할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합창단으로서 순수한 클래식 뿐 아니라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합창단은 이미 다양한 작품의 위촉을 마쳐 놓은 상태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 잘 연주되지 않던 합창곡도 준비 중이다.
‘K합창’의 세계 진출에 공을 들인다. 우선 6월 국립오페라단·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에서 이영조의 창작오페라 ‘처용’을 선보인다.10월 해외 순회공연도 기획 단계다. 민 단장은 “한국적인 곡 절반, 현지의 곡 절반을 현지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유럽의 기획사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19일에는 취임연주회이자 올해 첫 정기공연인 ‘전쟁 그리고 평화’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전쟁 미사’와 칼 젠킨스의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연주된다. 민 단장은 “아직도 전쟁 중인 나라들이 많고, 반전을 주제로 쓴 많은 곡들이 클래식에 있다”며 “평화를 원하는 무고한 시민들과 희생당한 분들에게 헌정하는 곡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합창의 대중화를 위한 지방 공연도 많이 준비돼 있다. 대구·용인·전주·당진 등 전국 곳곳에서 합창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공연이 펼쳐진다. 민 단장은 “직접 내려가서 공연을 맡을 예정”이라며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합창의 발전을 위한 후속 세대 양성에도 힘쓴다. 민 단장은 “청년 교육 단원 사업도 진행 중”이라며 “25명 정도의 단원을 선발해 경비도 지원해 주고 공연에도 세우며 경험을 쌓게 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 단장은 합창단 경력만 20년이 넘는 베테랑이다.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NYU)에서 합창지휘 석사를,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합창지휘 박사를 받았다. 수원·울산·강릉에서 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으며 꾸준히 한국 합창계를 지켜 왔다. 그는 “지난 20년 간 한국 합창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면서도 “더 많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고 후원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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