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역대급 실적이었는데 올해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네요.”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임상시험 진행과 영업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다보니 진료가 줄어들어 원내처방도 안 나오고 원외처방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장 수술·입원 감소로 수액, 항생제, 주사제 매출이 영향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의약품 유통을 담당하는 업체들은 울상이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체 중 한 곳은 “상급종합병원 의약품 발주량이 기존 대비 20~30% 줄었다”며 “수액제, 항생제부터 항암제까지 전문의약품은 대부분 매출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제약사의 영업 활동도 위축될 전망이다. 학술대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이 줄줄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춘계학술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시기인데 교수들이 진료로 바빠서 연자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학술대회가 마케팅 기회고 의료진들은 연구성과와 연구계획을 알리는 자리인데 언제 열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학술대회를 2, 3분기로 미루려고 해도 그때 잡힌 행사들이 또 있으니까 미루지도 못한다”고 말하며 답답함을 표시했다. 영업사원들은 의료진을 만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제약사 한 영업사원은 “수시로 의료진들을 찾아 약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세미나 행사에 초청해서 의견 나눠야 하는데 현재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시험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가 모두 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임상연구가 중단된 곳들도 나오고 있다. 임상시험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제약·바이오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최근 회원사인 제약·바이오 기업 149곳을 대상으로 ‘의료공백으로 인한 임상시험 애로사항 관련 조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의견을 긴급 취합하기도 했다.
바이오벤처 한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허가 받았고 투여에 들어가야 하는데 투여할 사람과 모니터링을 할 사람이 없으니 언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고 대부분 신약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임상종료 시점과 결과 발표 계획이 뒤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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