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통해 전 세계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 유럽 국가들과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 차단에 나섰다. 이들 국가가 중국의 대표적 e커머스 업체인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알리)를 정조준하는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어 사업 확장에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테무와 알리에 대한 고강도 조사와 제재안 마련에 착수했다. 불법 개인정보 수집과 값싼 의류 및 제품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가 큰 상황으로 판단하고 규제와 소송 등으로 견제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매사추세츠와 캘리포니아·뉴욕 등의 소비자 12명은 테무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테무가 스마트폰 보안 시스템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메시지를 추적하는 등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소비자들은 테무가 이용자의 동의를 받은 것 이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테무는 회원 가입을 할 때 ‘동의 없이’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백만 곳으로 알려진 테무 판매사들에 개인정보가 제공되는 셈이다.
또 최근 프랑스 하원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패스트 패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각종 제재 방안을 담은 ‘패스트패션제한법’을 가결했다. 저가 의류에 대해 한 물품당 환경부담금 5유로(약 7200원)를 부과하고 저가 의류 판매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사실상 중국의 패스트 패션 업체인 ‘쉬인’과 테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U는 지난달부터 시행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위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바탕으로 알리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EU는 알리가 가짜 의약품·건강보조식품 등의 제품 판매 금지 약관을 지키지 않았고 미성년자의 음란물 접근 차단 위한 조처도 미흡하다고 봤다. 독일에서는 테무가 판매하는 의류 중 일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일의 기술검사협회(TUV) 조사에 따르면 테무에서 구매한 폴로 셔츠에서 유럽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가소제(DBP)가 검출됐다. DBP는 여성 불임이나 남성호르몬과 정자 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 등 강대국과는 다르게 고강도 규제보다는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면서 “중국 e커머스 업체들도 국내 기업들과 같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규제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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