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10채 중 2채 이상은 아직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불황에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약 없이 미뤄지는 분양에 이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금난을 겪으며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물량은 총 31만 5308가구다. 이중 약 25%인 7만 7373가구는 아직 대략적인 분양 시점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대구(51%)와 울산(48%), 대전(41%) 등 지방에서 미확정 분양 일정 물량 비중이 높았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많은 수도권은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일정을 최대한 미루지만, 시행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켜 빈 땅에 아파트를 짓는 지방은 그렇지 않다”며 “미분양 리스크에 이자를 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분양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 시행사가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개발하고 호반건설이 짓는 ‘호반써밋골든스카이(677가구)’는 애초 지난해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초로 일정을 미뤘다. 그러나 아직도 정확한 분양 일정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입주 시점도 2026년 2월에서 2027년 5월로 미뤄졌다. 이밖에 경남 김해시 ‘김해내덕중흥S클래스2차(959가구)’와 대구 달서구 ‘대구월암우미린(402가구)’ 등도 애초 지난해에서 올해로 분양을 연기한 뒤 시점을 확정 짓지 못했다.
분양 현장이 시계제로 상황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지방 미분양 물량 증가세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총 6만 3755가구로, 전월보다 약 2% 늘어나며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이중 약 84%인 5만 3595가구가 지방에 몰려있다. 대전(24.4%)과 광주(44.3%), 부산(12.5%) 등에서 급증하며 미분양 공포가 기존 대구에서 인근 지역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김해시는 4월부터 삼계동 ‘김해 삼계 푸르지오 센트럴파크(630가구)’를 매월 발표하는 미분양 집계에 포함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일반분양을 진행하며 1차 계약금을 500만 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분양가의 60%) 등을 혜택으로 내세웠지만 평균 경쟁률이 1.08대 1에 그쳐 미달됐다. 변서경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증가해 분양전망지수도 지방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한 사업장은 결국 공매로 내몰리고 있다. B 시행사가 지난해 대구 수성구에 개발하고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빌리브 헤리티지’는 146가구 중 121가구가 미분양됐다. PF 대출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미분양 물량 전체가 공매에 부쳐졌지만 5회차 입찰까지 단 2가구만 팔려 현재 수의계약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건설이 400억 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등 관련 업체들의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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