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은 ‘병적 집착’이라며 강한 비판에 나섰다. 또 “의대 증원으로 지역필수의료가 보장된다는 것은 정부의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입학정원 증원처분 집행정지 심문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증원 집착으로 복지부와 교육부 이성이 마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마지막 보류로 사법부에 호소한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지방 의과대학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지역필수의료가 보장이 된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 의대 졸업생들은 지역에 안 남고 수도권으로 다 몰려가는 상황이다”라며 “현재의 의료수가 체제와 환자가 없는 상황에서 개원하더라도 병원은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당수의 지방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에 와서 수련을 받는다”라며 “환자와 병상도 많고 전공의 숫자가 많은 수도권으로 졸업생이 몰리는 상황인데, 정원을 늘린다고 지역의료가 보장된다는 것은 착각이다”고 비판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중국 충북대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지난 10년간 지역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정원을 70~80명으로 늘려달라고 정부부처에 많이 건의했지만 아무 답장을 듣지 못했다”며 “갑자기 교육부가 이번에 200명 증원을 발표했는데 불가능한 수준이다”고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충북대 의대 정원은 49명이다. 정부가 200명으로 정원을 배정하면 수용 인원이 4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최 회장은 “갑작스러운 증원에 강의실 공간 부족, 해부 및 임상실습 적정인원 배정 불가와 의대 교육환경 적정평가 불합격 위험성 등이 문제된다”며 200명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해부 실습의 경우 시신을 일년에 10구 정도 기증받아 진행한다”며 “기증 시신을 대학에서 마음대로 받거나 교육부나 정부도 20~30구로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수 부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회장은 “충북대병원은 800명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중간 정도 크기 병원이며 임상교수가 90명 정도 있다”며 “(의과생) 3학년을 합치면 향후 400명을 교육해야 하는데 교수가 하루 종일 교육하고 진료하고 수술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법률대리인으로 참석한 이병철 변호사는 “지난 심문 때도 정부가 답변서를 재판 30분 전에 냈는데, 오늘도 답변서를 지금 낸 것처럼 보인다”며 “답변서를 못 읽어서 오늘 재판은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증원 배분을 기습적으로 엊그제 발표했는데 이는 예상보다 한 달 정도 빠른 시점”이라며 “정부가 법원을 직간접으로 압박해 집행정지 결정을 못 내리게 하려는 속셈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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