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소송으로 자금난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우회 상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사실상 트럼프 지지자들이 주가를 부양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분 가치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21년 의사당 난입 후 구속된 이들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등 중도 확장보다는 기존 지지자 결집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은 전날 주주총회를 열어 트루스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과의 합병을 승인했다. DWAC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을 딴 DJT로 종목 코드를 바꿔 거래된다. 현재 36.84달러인 DWAC 주가를 기준으로 트루스소셜의 기업가치는 약 50억 달러이며 지분의 60%를 보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분 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 원)에 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 재판 1심에서 패소하면서 25일까지 4억 5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공탁해야 한다. 로이터는 “소송으로 자금 문제와 씨름을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번 상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합병 완료 6개월 이내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지분 담보 대출을 받으려면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WSJ는 “이사회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내각 관료들과 아들로 구성돼 있다”며 이사회 승인은 문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WSJ는 ‘트럼프를 부자로 만들어주자’는 SNS상의 해시태그를 소개하며 사실상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그동안 DWAC의 주가를 부양하며 트럼프의 지분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도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앞서 이달 11일 “다음 대통령으로서 나의 첫 행보는 국경을 폐쇄하고 잘못 수감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으로 수감된) 인질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최근 들어 수감 지지자들을 ‘인질’ 또는 ‘애국자’로 표현하고 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극화를 부르는 수사를 이용해 그들 진영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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