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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아침에] 극단 정치와 ‘아르헨行 급행열차’

李 총선용 전 국민 25만원 지급 공약

尹 23회 민생토론서 잇단 선심 정책

다수 국민, ‘묻지마 포퓰리즘’에 반감

정치가 경제 망친 ‘컬리 효과’ 없기를





20세기 전반기 미국 보스턴에는 경제를 폭망시키고도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던 정치인이 있었다. 1913~1951년 네 차례에 걸쳐 16년 동안 보스턴 시장을 지낸 제임스 컬리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보스턴에서 주로 빈곤층에 속했던 아일랜드계 출신인 컬리는 ‘서민 정치’를 앞세워 시장에 당선됐다. 시장 재임 때는 영국계 부유층에 높은 세금을 물려 조달한 재원으로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폈고 선거 때면 늘 선심 정책으로 표를 끌어모았다. 편 가르기 정치의 명수인 컬리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영국계 상류층을 ‘악당’으로 매도해 서민층을 손쉽게 열광시키는 전략도 구사했다. 그 결과 영국계 중·상류층 주민의 타 지역 이주가 줄을 이었고 보스턴시 경제는 일자리·소득 급감과 물가 폭등 등의 참사를 맞았다. 반면 부패 혐의로 두 차례나 감옥에 간 컬리는 시장 외에도 네 차례나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고 매사추세츠 주지사 자리까지 오르는 등 꽃길을 걸었다.

4·10 총선이 두 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전 국민 25만 원 지급’ 공약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에서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을 지급하는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한마디로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닌가”라며 무책임한 현금 살포를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도 27일 “어려운 계층을 좀 촘촘하고 더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이 대표는 선거 때면 으레 선심성 현금 지원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곤 했다. 대선 후보 때는 재난지원금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1인당 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모두에게 100만 원, 청년에게 200만 원을 주는 ‘기본소득’과 전 국민 누구에게나 1000만 원씩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준다는 ‘기본금융’ 공약도 내놓았다. 성남 시장 시절에는 만 24세가 되면 소득과 관계없이 100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청년 기본소득을 도입했고 경기지사가 된 후에는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기본 시리즈’를 발판 삼아 기초단체장에서 광역단체장을 거쳐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는 2022년 대선 패배 후에도 거대 야당의 대표를 꿰차고 대선 재도전까지 노리며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기본소득 시리즈를 앞세운 이 대표는 여야를 통틀어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26일 유튜브 채널에서 “자칫 아르헨티나가 될 수도 있겠다”며 윤석열 정부를 거세게 공격했다. ‘전 국민 25만 원’을 비판한 한 위원장을 겨냥해서는 “소양호수에 돌 하나 던졌더니 ‘야 그거 수위가 올라가서 댐 넘칠지도 몰라’ 이 얘기하고 비슷하다”고 맞받아쳤다. 선거용 돈 풀기로 국가 경제가 나락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언급하며 건전재정을 표방하는 현 정부를 공격한 것은 심히 어색하다. 게다가 정작 자신은 선거용 돈 풀기에 나서겠다니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이 대표의 선심 정책은 국민 정서상 우리나라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2021년 모노리서치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소득·자산 등과 상관 없는 기본소득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5.1%에 달한 정도로 보편 복지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 대표의 선심 정책이 나올 수 있게 된 데는 윤 대통령이 일조한 측면도 있다. 무려 23차례의 민생 토론회를 통해 윤 대통령이 제시한 선심성 프로젝트와 관련된 예산 규모가 수백조 원을 넘다 보니 ‘전 국민 25만 원’ 공약에 소요되는 13조 원이 별로 크지 않다는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잖아도 포퓰리즘이 악성화된 판국에 망국적 극단 정치가 서로를 닮으며 나라와 국민을 ‘아르헨티나행(行) 급행열차’ 속으로 마구 밀어넣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세기의 미국 정치인 컬리는 경제를 악화시키는 정책으로 장기 집권에 성공한 나쁜 본보기로 꼽혔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 등에 의해 ‘컬리 효과’라는 수치스러운 정치학 용어까지 남겼다. 부디 한국에서는 컬리처럼 오명을 남기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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