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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통째로 사라졌다"…병원서 바뀐 채 65년간 '극과 극' 인생 산 두 남자

연합뉴스




BBC 홈페이지 캡처


병원 실수로 바뀐 아기들이 서로 다른 사람을 살아가는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사연이 캐나다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21일(현지시각) BBC 등 외신은 65년 만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두 남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2020년 겨울 당시 65세였던 캐나다인 남성 리처드 보베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어부 겸 사업가로 살고 있었다.

그는 평생을 자신이 반은 프랑스인, 반은 인디언이라고 믿었다. 아버지가 프랑스인, 어머니는 크리족 원주민이라 믿으며 메티스 족 정착촌의 통나무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어느날 보베의 딸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보베에게 간단한 DNA 혈통 검사 키트를 선물 했는데 충격적 검사 결과를 받았다.

DNA 분석 결과 보베의 혈통은 프랑스나 인디언이 아닌 폴란드, 우크라이나, 독일 유대계 혼혈인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뒤 보베와 다른 지역인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사는 여성 에블린 스토키도 같은 업체 제품으로 DNA 검사를 받았다. 에블린 역시 검사 결과가 믿기지 않았다. 검사 결과 혈육이 있을 경우 별도로 통보해주는데,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일면식은커녕 알지도 못하는 혈육(동생)이 있다는 것이었다.

에블린은 DNA 검사 업체 웹사이트의 메시지 기능을 통해 혈육으로 통보된 보베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이들은 서로의 과거를 되짚은 끝에 에블린의 동생 에드워드 앰브로스가 보베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사실을 알게 됐다.



둘은 병원 측 실수로 보베와 앰브로스가 신생아 시절 뒤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1955년 매니토바주의 한 지역병원에서 몇 시간 간격을 두고 태어난 두 사람은 병원 직원들의 착오로 보베는 앰브로스의 친부모, 앰브로스는 보베의 친부모에게 보내졌던 것이다.

앰브로스는 자신이 우크라이나 혈통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의 몸엔 캐나다 원주민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실을 안 그는 “마치 집에 도둑이 들어 모든 걸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모든 과거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캐나다 매니토바주 총리 왑 키뉴는 보베와 앰브로스가 겪은 기구한 운명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병원 측 실수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주 총리가 직접 나서 사과 의사를 표명한 배경에는 그들의 엇갈린 정체성으로 인해 드러난 캐나다 사회의 부당한 차별과 폭력이 놓여 있었다.

원주민 부모 밑에서 자란 보베는 1960대 스쿱이라 불리는 문화학살 정책의 피해자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메티스 족 정착촌에서 자란 그는 술집으로 출근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어린 여동생들을 돌보고 때로는 음식을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졌다.

훗날 백인 가정에 강제 입양된 그들은 “백인 부모들은 우리를 강아지 고르듯 선택해 데려갔다. 내 인생 최악의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반면 앰브로스는 유복한 우크라이나 이민자 집안에서 자랐다. 앰브로스는 “나는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다. 내가 받은 사랑은 모두 보베가 받아야 했을 몫”이라고 착잡한 심정을 밝혔다.

두 남성은 2022년 4월부터 매니토바주를 상대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법적 다툼을 이어왔고 이들의 요구에 주 정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해왔으나 최근 원주민 출신인 왑 키뉴가 매니토바주 총리로 취임하며 갈등 해소를 위한 물꼬가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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