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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도 전에 주사 맞던 아이와 10년…의사도 아픕니다”

■이소영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2015년 ‘일라리스’ 식약처 허가 후 9년째 건보 미적용

환자 수 너무 적어 사회적 지원·관심에서 소외되는 현실

올 2월 심평원 약평위 조건부 통과…세 번째 도전에 희망

이소영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희귀질환을 앓는 소아 환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성심병원




“없어서 못하는 것과 있는데 해볼 수 없는 것, 그 차이는 너무 크지 않나요?”

이소영(사진)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일라리스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길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의사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미안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교수가 CAPS의 세부 유형 중 하나인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CINCA) 환자에 ‘키너렛’을 처음 투여한 건 2010년이다. 돌이 지나기도 전에 만나 10년 넘게 지켜봐 온 환자도 있다. 그 무렵 후속 약물인 ‘일라리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2015년 국내 허가되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릴 것이란 희망을 품었지만 건보 적용은 기약이 없다. 모든 약은 필연적으로 이상 반응을 동반한다. 키너렛도 예외는 아니다. 장기간 주사를 맞아온 환자들은 어느 순간 혈액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소견을 보인다. 곧이어 염증성 장질환·뇌수막염·무릎 통증·뇌수막염 등 온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어 약을 중단할 수도 없다.



이 교수는 “키너렛조차 없던 시절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다른 약들을 시도해 봤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병의 진행을 막아주지 못했다” 며 “CAPS와 같은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환자들에게 IL-1β 억제제를 배제하고 다른 치료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키너렛 처방 시 건보 적용이 되는 질환은 CAPS의 여러 유형 중 CINCA 뿐이다. 가족성 한랭 자가염증 증후군(FCAS)이나 머클-웰 증후군(MWS)으로 진단되면 병의 기전이 동일한 데도 정식 처방이 불가능하다. 이런 환자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직접 약을 공급 받아야 하는데 의료진이 아닌 보호자 또는 환자가 직접 들여온 약을 집에서 주사하다 보니 체중에 맞는 용량을 투여하지 못하거나 감염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

9년째 희망 고문을 이어오던 ‘일라리스’는 올 2월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단 제약사가 추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내 공급사인 한국노바티스가 심평원과 자료 제출 가능 여부를 두고 재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환자와 의료진은 애만 태우고 있다.

이 교수는 “일라리스가 필요한 환자들은 국내 유병인구가 200명이 못 되는 극희귀질환에 속한다. 환자가 너무 적어 사회의 지원과 관심에서 더욱 소외되고 있다”며 “환자 수나 비용을 떠나 치료가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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