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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시민 참여 '협의체'도 제안…대화문 열었지만 개혁 강행 의지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 시사

"단 한번도 쉬운 길 가지 않았다"

국민들에 '의료개혁 완수' 피력

"총선개입 발언 국민위협" 비판도

與선 "전향적 변화 없어" 불만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정 갈등의 뇌관인 ‘의대 증원 규모’를 의료계와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2000명 (증원)은 최소한의 규모”라며 원칙론을 고수해왔지만 의료계가 ‘합리적인 단일안’을 가져오면 2000명을 고집하지만은 않겠다는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다만 국민들을 향해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며 의료 개혁 완수 의지를 뚝심 있게 피력하면서 ‘사회적 협의체’를 띄워 문제를 풀어가자고 의료계에 공을 넘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51분간 의료 개혁의 필요성과 추진 근거, 대응 방향 등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 원고만 A4 용지 43쪽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담화의 첫 말문을 “국민 불편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송구하다”는 말로 열었다. 최근 7주간 이어진 전공의 이탈, 의대 교수 집단 사직 등으로 초래된 의료 현장의 혼란과 ‘의료 공백’ 불안으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유연한 의료 개혁 대응 방침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도 했다.

증원 규모에 대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으로 윤 대통령이 이 문제에 있어 열린 태도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0명은 과학적인 추계를 거쳐 도출된 숫자라며 ‘더 합리적인 방안’을 요구하긴 했지만 극단 대치의 원인이 된 핵심 의제를 테이블 위에 올리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무엇이 국민 생명·건강을 위한 길인지 논의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의료계·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제안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의료 개혁은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다”라며 “구조적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 건폭에 대응할 때도 노조 단체는 정권 퇴진, 탄핵을 외치며 저항했다”며 “그때 물러섰다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갔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 일부에서 제안한 ‘단계적 증원론’에 대해서는 “점진적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이냐”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로 의정 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2년 동안 계속된 증원 규모 협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던 의료계를 향해 “이제와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를 겨냥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며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미 대학별 정원 배분까지 마친 상황에서 의료계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증원 규모 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당장 대학들은 다음 달까지 의대 정원을 확정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 반영해야 할 형편이다.

여당은 윤 대통령의 담화에 전향적인 입장 선회가 담기지 않자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어서 이날 담화에 대한 공식 논평도 하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고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수 국민은 의사 증원 필요에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는 것도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수도권 여당 후보들은 격한 반응도 숨기지 않았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대국민 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윤상현 의원도 “지금은 ‘리걸 마인드(법률적 사고)’가 아닌 ‘폴리티컬 마인드(정치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향적 태도 변화를 통해 의료 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나 ‘마이동풍’ 정권임을 확인시켜주는 담화”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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