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로 선거 유세에 발목이 잡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빈자리를 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비명계 3인방(김부겸·임종석·박용진)’이 메우고 있다.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이 대표를 대신해 비명계 인사들이 주요 격전지 지원에 나서면서 이들이 총선 이후 당내에서 중량감 있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일 하루 동안 강원·충북·경북·대구를 훑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들 지역 모두 민주당에는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김 전 총리는 원주 유세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지난 2년 동안의 정부 성적표, 여러 가지 독선과 독주를 심판하고 싶다”며 ‘정권 심판’을 호소했다.
오후에는 과거 본인의 지역구(대구 수성갑)가 위치한 대구를 방문했다. 김 전 총리는 제20대 총선에서 62.3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문수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꺾었다. 대구에서 민주 진영 후보가 당선된 것은 31년 만이었다. 김 전 총리는 이곳에서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는 대구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천 배제(컷오프) 이후 ‘백의종군’을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경남 창원 지역에서 유세 일정을 잡았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8일 본인이 출사표를 던졌던 서울 중·성동갑의 전현희 후보 합동 유세에 참석한 뒤 곧장 경남으로 내려갔다. 이후 방송 출연 등의 일정을 제외하면 줄곧 경남에 머물며 ‘낙동강 벨트’ 지원에 나섰다. 이날 임 전 실장이 찾은 경남 창원도 민주당이 5개 지역구 중 최소 2석 확보를 노리는 곳이다.
본인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셔 ‘비명횡사’ 공천의 상징이 된 박용진 의원도 수도권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주말 서울 험지인 서초·강남·송파 지역 유세를 지원했다. 선거기간 막판에도 대구·경북 등 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를 찾으면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비명계 3인방의 활약이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들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수록 당이 단일 대오를 갖추는 모양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8월 이후의 당권 구도를 그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박 의원이나 임 전 실장의 경우 8월 전당대회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 박 의원은 2년 전 전대에서도 이 대표와 마지막까지 당권 경쟁을 벌였고 임 전 실장 또한 언제든 ‘친문’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김 전 총리는 총선 후 다시 재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힌 상태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에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이 역시도 검찰 독재 정권의 정치,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가며 원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총선 하루 전날인 9일에도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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