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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도박 광고, 늘어나는 불법 사이트…청소년 '타짜' 키운다 [폴리스라인]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A군은 요즘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구인 B군에게 한 ‘공짜’ 웹툰 사이트에서 ‘바카라’를 찾았다면서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인데요. 바카라는 두 카드 중 한 쪽을 골라 어느 쪽이 숫자 9에 가까운지 내기를 하는 게임입니다. 어려울 것이 없는 게임이라 한두 번 하다 보니 승부욕이 생겼고, 이후 매일 같이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었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걸 알고 있는데도 책을 펼치면 바카라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도박이 유행입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학 청소년 중 돈내기 게임 경험률이 38.8%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40.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그 심각성이 두드러졌죠. 게다가 처음 돈내기 게임을 경험한 평균 연령도 11.3세로 조사되면서 초등학생이 처음 도박을 접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소년은 두뇌가 발달하는 시기로 성인에 비해 각종 자극에 취약하기에, 도박이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을 유혹하는 도박, 그 실체에 대해 서울경제신문이 취재했습니다.

‘첫충 30%’ ‘무한매충 10%’…불법 사이트 속 화려한 도박 광고에서 시작된다


불법 도박 광고가 게시된 한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 화면. 홈페이지 캡처


딸깍, 딸깍…. 앞선 사례에서 B군이 불법 웹툰 사이트를 검색하는 데에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포털과 소셜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 차례 도메인을 옮기면서 단속을 피해가는 사이트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웹툰·웹소설뿐 아니라 해외 만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의 종류도 무궁무진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K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 6000여 개를 접속 차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사이트들이 차단 직후 손쉽게 파생 사이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가면서 사실상 청소년 도박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포털에서 찾은 한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눈에 띄는 도박 광고만도 20여 개에 달했다. 대부분 광고 속에 선정적인 캐릭터를 삽입해 시선을 끌었는데, 이에 더해 사이버 머니를 충전할 때마다 혜택을 주겠다는 어구를 강조하고 있었다.

방심위에 따르면 2019~2023년 상반기까지 매년 1만 건의 불법 도박 등 ‘사행심 조장’ 항목의 통신심의 신청 민원이 접수됐다. ‘속는 셈 치고 한번쯤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오산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는 갑작스럽게 폐쇄하거나 점차 소액에서 시작해 고액을 입금하라고 압력을 넣은 뒤 환전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사이버 머니를 편취하는 식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뿐 아니라 SNS에도 도박 관련 글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돈을 입금해 대신 도박을 해주는 계정도 여럿이다. ‘댈토’ 등의 은어로 불리는 계정들은 “믿고 맡길 수 있다” “미자(미성년자)·여성·처음(처음 도전하는 사람) 모두 환영한다”는 말로 속이지만, 피해자들의 돈을 입금받은 뒤 잠적하는 가짜·사기 계정이 무성하다. 이들은 피해자를 꼬드기기 위해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었다” “돈이 금방 불어났다”는 이용자의 후기를 위장해 현혹한다.



‘온라인 게임’ 같은 사이버 도박…이래서 안 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 도박사범도 폭증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청에서 검거한 청소년 도박사범은 37명으로 직전해 12명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23년 7월 기준 총 검거 인원 76명으로 2022년 74명을 일찍 뛰어넘었다.

그 중에서도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세로 떠오른 도박은 사이버 도박이다. 서울경찰청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2022년 4월~2023년 12월까지 인계한 도박 청소년 84명의 유형 분석해보니 100%가 사이버 도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팬데믹도 청소년 도박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친 원인 중 하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발간한 ‘제5차 불법도박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불법도박 상담사와 단속자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유행 기간 청소년의 불법도박 참여도가 증가했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코로나19로 재택 수업이 늘어나면서 사이버 도박이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도박이 ‘온라인 게임’처럼 느껴지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바카라’ ‘달팽이’ 등 손쉽게 할 수 있는 도박이 주요 타깃이 되는 현상도 이 때문이다. 별다른 규칙이 없고, 빠르게 결과를 알 수 있는 도박이 만족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도박 확산은 충동성을 강화하면서 비행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학업·가정불화 등 스트레스로 인해 도박을 접하고, 도박을 통해 상황이 악화되면서 또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악순환도 반복될 수 있다. 2차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도박예방치유센터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박 중독자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를 때, 재범률은 70%에 달한다.

또 재정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이 돈을 구하기 위해 절도와 사기·학교 폭력 등을 저지르거나 불법 대출을 받는 등 문제성 도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성매매 등 휘말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도박 개장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라며 늘어나는 청소년 도박범죄에 강경책을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11월에는 온라인 불법도박 근절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법무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이 참여한 범정부 대응팀을 출범했다. 지난 2일 경찰청도 사이버 범죄 예방의 날을 맞아 사이버 도박 단속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도박 중독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헬프라인과 넷라인을 통해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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