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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만 300억원 웃도는 김창열·이우환의 '거장전' [아트씽]

김창열·이우환 2인전 '더 그레이티스트 모먼트'

글로벌세아의 예술공간 S2A 기획전 24일까지

20억원 넘는 이우환, 10억원 웃도는 김창열

35점 작품가 총액 300억원 넘지만 무료전시

김창열의 1978년작 '물방울 No.2M' /사진제공=S2A




#툭 치면 후두둑 떨어질 것만 같은 물방울 수백 개가 캔버스에 알알이 맺혔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열(1929~2021)의 1978년작 ‘Water Drop No.2M’. 폭 228㎝에 길이 182㎝의 대작인 이 그림은 2012년 11월 국립 대만미술관에서 열린 김창열 개인전 출품작이었고, 전시 이후 대만 컬렉터의 소장품이 됐다. 딱 10년 뒤인 2022년 5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나온 이 작품은 705만 6000홍콩달러(수수료 제외), 한화로 약 12억원에 낙찰됐다.

이우환의 1982년작 '선으로부터' /사진=조상인기자


#블루칩 작가 이우환(87)의 대표 연작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는 맑은 파란색 작품이 많은 편이다. 붉은 색 작품은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높아 경매에 나오면 단숨에 주목을 끈다. 182.6×226.5㎝ 크기의 1982년작 ‘선으로부터’가 2021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 나왔을 때 분위기가 그랬다. 보통 ‘선으로부터’는 짙은 색으로 시작해 길게 획을 그리며 희미하게 사라져 가는 선이 연달아 놓이며 선과 선 사이의 긴장감을 만들지만, 이 작품은 선을 어른 손가락 만한 길이로 짧게 반복적으로 찍은 것이 특이했다. 선을 점처럼 그린 셈이다. 게다가 1982년은 이우환이 독일 뉘른베르크와 베를린,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어지는 유럽 순회전 중이었기에 그림 뒷면에는 ‘in Milano’라 적혀 있다. 작품은 23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글로벌세아의 문화예술공간 S2A에서 24일까지 열리는 김창열,이우환의 2인전 '더 크레이티스트 모먼트' 전시 전경. /사진=조상인기자


작품가 총액만 30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위대한’ 전시가 글로벌세아의 문화예술공간인 S2A에서 한창이다. 김창열과 이우환의 작품 35점을 모은 2인전 ‘더 크레이티스트 모먼트(The Greatest Moment)’. 한국 미술계에 큰 발자국을 남긴 두 거장의 1960년대 작품부터 최근 주요작까지 엄선한 전시다.

이우환의 설치작품 ‘관계항’은 철판과 함께 큼지막한 자연석을 배치해 자연과 인공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데, 전시에 선보인 1985년작은 철판 위에 유리를 깔고 돌을 얹음으로써 금이 가고 깨지는 상황을 만들어 이우환이 평생 추구한 관계성의 극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미술관 전시에서나 볼 법한 작품들이 다수 전시에 나왔다. 작품 모두가 개인 소장품이라 이처럼 한 자리에 모아서 보기란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김창열의 '물방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 이우환의 설치작품 '관계항'이 한 자리에 놓여 1970년대부터 교류한 작가들의 인연을 보여준다. /사진=조상인기자


평안남도 맹산이 고향인 김창열과 경상남도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교류했다. 이우환이 1971년 제7회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해 철판 위에 유리를 깔고 돌로 깨는 ‘관계항’ 작업을 출품하려 했고, 일찍이 파리로 건너가 정착한 김창열이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연석을 찾는 일에 도움을 주었다. 미술가들의 동행은 작업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이곤 한다. 나중에 이우환도 파리에 자리를 잡았고 1979년에는 미학자 이우환이 김창열의 전시 평론글을 쓰기도 했다. 이우환은 김창열의 작품에 대해 “물방울 하나는 기쁨도 주고, 설움도 주고, 어떤 추억이나 기억도 되살려 준다. 그리고 우리는 영롱한 물방울 속에서 또 다른 환상을 보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미술사적으로 김창열이라는 존재가 무엇을 했는가, 우리 미술사에서 어떤 큰일을 했는가, 왜 김창열의 이름이 남아 있는가를 곰곰이 다시 생각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No.770100’은 캔버스 자체의 재료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사진=조상인기자




감상은 작품이 주는 고유한 울림에 집중하면 될 일이나, 이름값 높은 작가들인지라 그림값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관계항’과 마주보게 걸린 이우환의 1990년작 ‘바람과 함께’는 2023년 7월 서울옥션 대구 경매에서 21억원에 낙찰됐다. 바람 연작은 자유로운 붓질이 특징인데, 바람의 선이 마치 폭포처럼 화폭을 가득 채운 게 특징이다. ‘점으로부터 No.770100’은 2020년 7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15억2000만원에 팔렸다. 회색 바탕에 흰색 점을 반복적으로 찍었는데, 사실은 별도의 바탕색을 칠하지 않아 캔버스 자체의 본색과 거친 질감이 그대로 노출된 작품이다. 전형적인 점 시리즈와 달리 재료의 속성을 일깨워주는 독특한 구성으로 애호가들의 주목을 끌었다.

전시를 기획한 소육영 S2A 디렉터는 “극사실주의적 필치로 동양적인 정서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한국 근현대 대표화가 김창열과 서구를 중심으로 움직여 온 회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계적인 미술가 이우환은 청년 시절 타국에서 만나 친교를 맺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전개해 나갔다”면서 “세계미술사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화와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담고자 노력했고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 온 미술가로 평가받으며 지금도 그 중심에 서 있는 작가들”이라고 소개했다.

김창열의 2007년작 '회귀'. 김창열은 1989년 환갑을 맞은 해에 천자문 바탕 위에 물방울을 그린 '회귀' 연작을 통해 초심으로 되돌아 와 새롭게 펼쳐보이는 신작을 시작했다. /사진제공=S2A


글로벌세아의 김웅기 회장은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김환기의 최대 크기 전면 점화 ‘우주(Universe 5-Ⅳ-71 #200)’가 출품된 소식을 접한 후 이 작품이 해외로 팔려 나가지 않게 하려고 132억 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우주’의 공개 전시와 함께 국내외 작가 발굴·후원을 목표로 2022년 대치동 사옥 1층에 전시공간 S2A를 열었다. 현재 이곳에서는 지난해 12월 경매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받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 용과 호랑이의 용맹하고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교하겠는가)’도 만날 수 있다. 안 의사가 1910년 3월에 쓴 글씨를 일본인이 소장해 오던 것을 김 회장이 110년 만에 고국으로 환수해 왔다. 김 회장은 미국의 미술전문 온라인 매체 아트뉴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200대 컬렉터’에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창열·이우환의 2인전은 24일까지 열린다. 무료 관람.

'더 그레이티스트 모먼트'에 선보인 이우환의 초기작과 목조 작업. /사진=조상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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