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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살, 세월호를 말하다…"정쟁 변질돼 안타깝고 안전도 '각자도생'할판"

[오늘 참사 10주기…'세월호 세대' 4인의 그날]

단원고 희생학생들 동년배…또래 죽음에 큰충격

10년 지났는데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대한민국

'각자도생' 사회…곳곳 현실과 맞지 않는 매뉴얼

재난 예방보다 정치적 쟁점 변질 모습 안타까워

오늘 304명 희생자 추모 행사 곳곳서 진행 예정


2014년 4월 16일.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있던 아이들은 “제주도로 가던 수학여행 배가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날 배에 탄 476명 가운데 학생과 교사 261명을 포함한 304명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끝내 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희생자들과 동갑내기 학생이었던 이들은 당시 충격이 공통적인 감각이 돼 ‘세월호 세대’라는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후 10년,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어른이 됐다. 서울경제신문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경찰과 선생님, 시민단체 활동가와 언론인이 된 1997년생 세월호 세대들을 만나 안전에 대한 현재 사회의 인식과 세월호가 남긴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 10년…안산은 아직도, 선연하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진도항) 인근에 마련된 팽목기억관에서 추모객이 추모 문구를 작성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듣기 평가가 있던 날이었어요. ‘다 구해서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에 안심했지만 알고 보니 오보였죠.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친구들이어서 무척 울었던 기억이 나요.”

안산 청년시민단체 ‘평등평화세상 온다’에서 활동 중인 개발자 최지원 씨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단원고 인근 고교에 재학 중이던 최 씨에게 세월호 희생자들은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는 짙게 깔려 있는 사람들의 슬픔이 무서웠다. 친구의 죽음이 익숙한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2022년 10월 이태원 10·29 참사가 일어나자 그는 ‘가만히 있으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시민단체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우리 사회가 안전해졌다고 보지 않는다. 사고 직후 사고 예방 방안이 논의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며 “지역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민들과 안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이를 지자체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기에…우리는 ‘각자도생’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에서 한 추모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된 박현지(가명) 씨는 세월호 세대를 ‘각자도생’이라고 정의했다. 반복되는 재난을 목도하면서 국가의 안전 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희생자 중 11명은 함께 배에 탄 채 아이들을 구하려 한 교사였다. 교사가 된 후 박 씨는 안전에 대한 무게감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참사를 비극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매뉴얼을 숙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면서도 “아직 학교 안전 매뉴얼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낀다. 가령 대피 시 ‘한 줄로 질서 정연하게 세워 나간다’는 규칙이 있는데 현실성이 낮다. 사명감도 크지만 책임 측면에서 부담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이어지는 현상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정쟁이 반복되면서 재난 추모와 예방이라는 본질이 흐려진다는 이유에서다. 최 씨는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발생 이유에 대해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며 “참사의 진상 규명이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안전한 내일을 위해, 펜 쥐고 경찰 제복 입은 세월호 세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추모객들이 거치된 세월호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얀합뉴스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 탈출’이라는 오보는 사회에 충격을 더했다. 기자 이은정(가명) 씨는 “이태원 참사 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사고 영상을 언론에서 사용하는 등 재난 보도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꼈다”면서 “국가적인 재난이 터졌을 때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한 취재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의 책임을 나누고 있는 ‘1997년생’ 경찰도 재난 상황에 대해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준호(가명) 씨는 “경찰은 가장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고 현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참사 이후) 경찰은 안전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각기 다른 사고 유형에 대해 세밀하게 대응하는 매뉴얼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매년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했다. 10주기를 맞아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추모 행사도 전국 학교와 지자체에서 진행된다. 노랗게 물든 이날, 세월호 세대는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세상을 꿈꾼다.

“안전사고는 20년을 주기로 반복된다고들 하잖아요. 사건의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더욱 실효성 있는 안전 교육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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